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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음악의 맥을 잇는 경주

등록일 2013-10-02 02:01 게재일 2013-10-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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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35대 경덕왕은 33대 성덕대왕의 아들이다. 경덕왕은 부왕의 성덕을 기리며 대종을 조성하지만 어쩐일인지 계속 원하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결국 경덕왕 당대에는 이루지 못하고 아들 혜공왕대에 와서야 성공하는데, 그 기간이 무려 34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그 종소리가 너무 신비로워서 종이름에 신종(神鐘)이란 말을 넣어 `성덕대왕신종`이라 불렀다. 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현상`이 흡사 아이가 에미를 부르는 소리 같다 해서`에밀레종`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3일부터 6일까지 경주에서 `제2회신라 소리축제 에밀레전`이 열린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종소리란 찬사를 들으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에밀레종을 주제로 한 소리축제이다. 그러나 종소리는 1992년 12월 제야의 종 타종이 끝이었다. 1천3백여년이나 두들긴 종이어서 내부 결함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포스코 금속전문가들이 검사를 해보고 “더 이상 타종은 무리”라고 판정했다. 그러나 그 종소리만은 녹음해서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테입을 만들었는데, 녹음된 종소리만 들어도 “과연 한 음으로 된 신비의 음악이구나”하는 감탄이 나온다.

신종(神鐘)을 직접 울려보지는 못해도 이를 대체할 6t 짜리 대종 1개와 신라시대의 모형종 6개가 이번에 전시되고, 대종은 직접 타종해볼 수 있다. 이 종들은 충북 진천 `종박물관`에 소장돼 있던 것인데, 대한민국 명장인 원광식 주철장이 신라시대 기법으로 주조한 종들이고, 진천 종박물관측이 경주 소리축제를 위해 반출을 승락했다. 이같은 종박물관이 에밀레종의 고향 경주에는 왜 없는지 모르겠다. 신라, 고려, 조선 시대별 특징적 종들을 만들어 타종 체험을 한다면 경주가 얼마나 경주다워질 것인가.

올해 소리축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은 `전국대학생 향가제`이다. 영남대, 동국대, 부산대, 중앙대, 전남대 등 5개 대학에서 출전한 팀들이 신라향가에 국악곡을 붙여 노래하고 연주하며 실력을 겨룬다. 이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로서, 신라향가에 곡을 붙인다는 것부터 참신한 발상이다. 향가(鄕歌)란 본래 가사와 곡이 있었으나 지금 가사만 일부 남아 있고 곡은 전해지지 않는데, 우리 대학생들이 여기에 곡을 붙였으니 얼마나 대견한 일인가. 이것이야 말로 신라향가의 복원이라 해도 좋겠다.

소리축제 기간 중인 5일과 6일에는 청소년문화인 `2013 한류드림페스티벌`이 경주 일원에서 열린다. KㅡPOP 커버댄스 결선대회와 한류드림콘서트 등 2가지 행사를 아이돌 가수들이 펼친다. 전통문화와 신세대문화가 함께 어우러지는 경주의 소리축제는 거문고의 백결, 피리의 월명사, 가야금의 우륵이 이룩한 신라음악의 맥을 오늘날에 이어가는 일이다. 충심의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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