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사학재단, 교육기관인가 비리 백화점인가

등록일 2013-09-25 02:01 게재일 2013-09-25 8면
스크랩버튼
▲ 남보수 제2사회부

최근 구미지역 한 대학의 교비, 보조금 횡령 사건을 보면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어쩌면 이 정도로까지 썩었나 하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고도 모자랄 판에 공금을 횡령하고 그 것도 모자라 학생들의 장학금까지 가로챘다니 그저 할말이 없을 따름이다.

구미 산동면의 G대학은 최근 허위정산서를 제출해 학생장학금, 교비·보조금을 횡령하는 수법으로 전·현직 교수 7명이 검찰에 무더기로 기소됐다.

일부 교수는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장학금을 가로채는 파렴치한 행동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지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공금 횡령혐의를 받고 있는 교수들은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학생에게 지원되는 교외수업지원금 6천670만 원과 교외수업 참가 학생 수를 2배 가량 부풀려 지원금을 받고도 학생들로부터 이중으로 수업비를 걷는 방식으로 교비를 가로채는 등 2억 3천만 원 상당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범죄 혐의만으로 볼때 이들은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지난 2005년 국회에서 사학비리방지를 위한 사학법개정안이 통과돼 8년째 접어들었지만, 사학재단의 비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사립대들의 비리는 규모도 큰 데다 수법도 다양하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대구의 한 사립대는 기숙사를 짓는다며 교비 등 91억 원을 챙긴 뒤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37억 원을 빌려준 후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업체의 세금 2억 원을 대신 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또 다른 어느 사립대는 교비에서 연구기금 134억 원을 조성한 뒤 이를 교수에게 빌려주고, 교수는 다시 기업에 빌려줬다가 회사 부도로 89억 원의 손실을 입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또, 교수연구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5억 원을 빼돌린 재단도 있어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가보조금 등에서 나온 공금을 제멋대로 횡령·유용한 셈이다.

또 다른 대학은 교수의 장모 등 28명을 학생으로 둔갑시켜 신입생 충원율을 높이는가 하면, 교직원 자녀를 부당 합격시키는 등 학사관리도 허위와 조작으로 처리하다 적발됐다.

오랫동안 무수히 많은 감사에도 불구 이런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사학들에는 자정(自淨) 능력이 없다는 사실과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측면도 크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적지 않은 대학들이 실제로는 수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를 열지 않았으면서도 서류상으로는 이사회를 개최한 것으로 꾸며놓은 게 감사 결과 밝혀지기도 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사학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관리감독으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염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구미/nbs@kbmaeil.com

기자수첩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