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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목동아`

등록일 2013-09-13 02:01 게재일 2013-09-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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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 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20여 년 전 어느날 저녁을 먹고 난 후 친구들과 대구가 내려다보이는 산위에 올라간 적이 있다. 누가 노래하자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거기서 자연스레 합창이 흘러 나왔다. 그러다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아! 목동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자 모두는 박수를 쳤다. 자기들이 불렀으면서도 스스로를 격려하듯이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노래는 아일랜드 북부에 살던 제인로스(1810~1879)가 창밖에서 한 집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곡을 악보로 만들었다고 한다. 원래 이 노래는 시골 목동이 도시로 떠나는 사랑하는 소녀와 헤어지기 안타까워 부르는 이별의 노래였다고 한다. 그 후 웨슬리가 1913년에 쓴 시 `Danny Boy`라는 가사를 붙인 것을 우리가 자주 노래로 부른다.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핍박을 받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노래는 억압 속에서 조국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평화로운 마을을 그리워하면서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높지 않은 구릉으로 이어지는 목가적인 곳, 조국을 잃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애인마저 멀리 도시로 떠나보내야 하는 목동의 가슴은 멍들어 저미었을 것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인간은 이렇게 가슴에 아리함과 아련함으로 적셔지면서 성장해 간다.

이별이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 삶에서는 가슴이 따갑기도 하고 잔잔한 바다일 때도 있지만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있을 때도 많다. 그 어느 순간인들 서럽고 애잔하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만 역시 이별은 그리운 사람을 심장 저 깊은 곳으로 갈무리하는 과정인 것 같다. 또 사라진 조국을 그리워하는 것, 역시 인간끼리의 헤어짐만큼이나 머릿속을 텅 비게 한다.

멜로디가 단순하면서도 부르기에 고난도가 없는 `아! 목동아`를 들어보면 이 곡은 가슴으로 연주하고 영혼으로 노래하는 듯 하는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노래란 이런 것이다`라는 본래의 모습을 이 노래를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어느 읍 단위의 시골에서 음악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끝날 즈음에 색소폰 연주자가`봄비`와 `당신은 나의 운명` 다음에 `아, 목동아`를 멋 떨어지게 연주했다. 흥에 겨운 청중은 거기에 맞춰서 자연스레 하나가 되어 노래를 합창했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사람들은 그 노래에 취해서 콧노래로 흥얼대었다.

이 노래는 우리나라의 가곡인 `고향의 봄, 청산에 살리라, 한 송이 흰 백합화, 아무도 모르라고` 등과 비슷한 분위기로 가슴 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준다. 알퐁스 도테의 `별`과 같이 아름답고도 순수한 사랑의 세계가 주옥같이 마음속에 엮여진다. 이때는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향해 우리는 추억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된다.

이 노래가 아일랜드에서는 장례식에서 전통적으로 부른다고 한다. 죽어간 남편을 땅에 묻거나 애인과 영원한 이별을 할 때, 애틋함을 마음속에 채곡채곡 채우는 수속절차에 필요한 노래라는 것이다.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움의 무게는 몇 억만 톤인지, 영원의 길이를 인간은 잴 수 있는지, 무한이란 무엇인지 등을 생각하게 하는 노래다. 아마도 `그리움과 영원`은 친구일 것이다. 그립다면 영원할 것 같고, 영원한 것은 모두가 그립기 때문이다.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역사와 주위의 환경, 그리고 민족성이 합작하여야만`장엄하고도 그리운 인간의 심정`을 끄집어낼 수 있다. 그런 노래는 인간에게 자진하여 선과 사랑을 향하여 나아갈 마음을 일깨워 준다. 현세를 이상향 쪽으로 끌어 당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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