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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확장해 가는 `낯선 언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13-09-06 02:01 게재일 2013-09-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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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움직인다`  김언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188쪽

보이지 않는 “유령”의 말과 `사건의 시학`으로 존재의 형성과 사건의 의미를 물으며, 매 시집마다 하나의 화두를 통해 자신의 세계, 세계의 언어를 살펴 확장시켜나가는 시인 김언의 네번째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미당문학상과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2009), 박인환문학상(2012)을 수상한 후 처음 선보이는 이번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에서는 사건을 형성하거나 포착하기보다 세계의 움직임을 단절 없이 담아내고 있다.

김언이 세계의 움직임을 담는 방식은 고착된 언어를 낯선 의미로 떠돌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변기를 가져와 전시장에 가져다놓고 미술 작품이라고, 악기 연주 없이 침묵과 연주장의 소음만을 엮어 음악 작품이라고 일컬은 예술사의 익숙한 사건처럼, 현대에 들어 예술은 그것이 무엇인지보다 그것을 `선택`함을 중요하게 여기게 됐다.

문학은 다른 예술과 달리 보고 듣는 감각 외에도 모두에게 암암리에 `동의된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특성 탓에 변화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시 안에서도 그러한 선택적 파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언은 낯선 언어를 무조건적으로 자폐와 난해로 치부하는 섣부른 판단에 저항하며, 익숙한 언어를 낯설게 만들어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의미에서 떼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지금도 세계에서는 늘 무엇인가 만들어지고 이름 붙고 변화한다. 마치 그 의미만을 위해 마련된 단어인 듯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은 그 `이름`은 부적합하며 불충분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이기에, 남의 말을 빌려 제 말처럼 쓰는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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