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하면 떠올릴 수 있는 좋은 이미지는 훈훈함, 넉넉한 인심에다 `물건 값 깎는 재미에 시장간다`는 말처럼 대형마트에선 불가능한 흥정이란 또 다른 장보는 재미가 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져온 3일장, 5일장과 같이 사람들이 모여서 열리는 정기시장에서 출발해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에는 소상인들의 연합체 구조를 갖춘 상설시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근 안동의 전통시장 두 곳이 홈플러스가 입점하면서 지급한 상생발전기금 11억여원을 두고 말썽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5월 안동에 개점한 홈플러스는 안동구시장상인회에 8억원을, 안동중앙신시장상인회에 3억원을 각각 지급했다.
앞서 안동구시장상인회는 홈플러스 입점을 두고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계속 단체집회를 열었지만 당시 인근 중앙신시장은 단체행동도 없이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했다. 결국 홈플러스로부터 상생기금을 받은 두 시장은 상인들끼리 100만원씩 나눠 가졌다. 이런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무렵 3억원의 상생발전기금을 두고 중앙신시장상인회 내에서 문제가 생겼다. 홈플러스로부터 받은 기금이 4억3천만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앙신시장 K수석부회장이 A회장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증거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렇지만 검찰 조사과정에서 기금지급 기준이 드러났다. 홈플러스 측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구시장은 단체활동을 펼쳤지만, 신시장은 단체행동이 없어 기금의 차이를 뒀다”고 진술했다. 또 중앙신시장에 기금이 전달되기까지 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 C씨가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C씨는 기금을 받는데 관여하고 1억3천만원의 비가림시설공사 혜택도 받아냈다. 이 과정에서 기금지급과 관련 최대 수혜자는 C씨가 되버린 셈이다.
결국 A회장과 C씨의 관계를 석연찮게 생각한 K수석부회장은 100여명의 상인과 연대해 사태 전말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자신들도 단체 활동을 할 테니 홈플러스는 3억7천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사태를 지켜본 시민들은 그저 혀만 찰뿐이다. 홈플러스의 개념 없는 초기대응도 문제지만, 개점한지 1년이 지나 당초 기약도 없던 기금에 대해 생업을 버리면서까지 머리띠를 동여맨 것이 잘한 일인지, 이러다 그동안 전통시장활성화란 명분만으로 이들을 마냥 지지했던 시민들마저 등을 돌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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