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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세상

등록일 2013-08-29 00:18 게재일 2013-08-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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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월 스님포항 보경사 불교문화원장
세상은 보는 관점에 따라 크게 보이기도 하고 작게 보이기도 한다. 아버지가 크게 느껴지다가도 어떤 때는 외소하게 보인다. 세상이 어떤지 모르지만 단지 보는 사람의 마음 크기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하는 사실이 더 진실이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살이가 더 힘들어졌다고 하는 푸념 섞인 마당에 오늘은 살만하다 싶더니 내일은 뭔가 결정을 해야겠다고 또 마음이 바빠진다. 이처럼 마음이란 것은 학교 운동장처럼 소란스럽다가 고요해지는 것을 거듭 반복하는 놀이터와 같은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다. 세상에 똑똑하다는 사람들을 모아 우두머리에 앉혀두었더니 하나같이 먹물과 오물을 품어낸다. 대통령, 국회의원, 기업가, 종교 지도자들 등 말은 청산유수에다 눈인사는 사람을 녹이고, 모델처럼 잘 차려 입었는데 하나같이 코미디언이다. 큰소리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코미디언 임에 틀림이 없다. 때로는 혀를 차고 웃고 때로는 목을 놓고 웃는다. `정말 병원에 안가도 될 건강한 사람이 살기란 희유한 것인가`하고 생각하게 된다. 오염된 물이 큰 소리를 치고 세상을 속일 듯 하지만 작은 도둑은 얼마가지 않아 들통나고, 큰 도둑은 세월이 흐르니 자연 밝혀진다.

그리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은 생은 넘어서 과보를 받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 그 석·박사 과정을 어렵게 통과한 내로라 하는 이들이 간단한 인과의 원리를 못 배웠으니 참으로 우둔한 노릇이다. 알 만한 사람들이 왜 그것을 모르는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답답하다. 그러하니 아랫물은 어찌하랴. 뭐든 흘러내려가고 있음을 모른다. 왜냐면 탐욕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다.

신이나 귀신을 본 사람은 없는 듯한데, 없는 관념을 잘도 만들고 의미부여 하고 또 사람을 위협한다. 누군가 의심하고 물어오면 으름장을 놓고서 나무래고 달랜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탐욕에 물든 사람들이 내놓는 끈질길 호구지책에 순진한 사람들은 속아 넘어간다.

그래도 선조의 문화가 이어왔는지 아이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하고 마음 착하게 쓰라고는 가르친다. 한 때 이 서라벌의 화랑도였으며 문무에 통달해 오히려 중국이나 일본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난세의 출가승이던 원효스님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가르친 것이 인과법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방송들이 있지만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무엇이 문화 흐름의 상식인지 아닌지를 대중과 더불어 깨닫고 넓혀나간다. 어쩌면 삶은 본래 코미디겠지만 그래도 사는 사람은 괴롭고 아프다고 아우성이니 안타깝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을 속이고 웃지 못 할 일들이 주변에서 속속들이 일어나지만 특히 자기가 자신 스스로에 속아 넘어가는 꼴들이 허다한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자기 자식은 못 가르치고, 사람의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사람들이 자기 몸과 마음이 병든 것은 모르고 세상을 떠들썩하며 행복전도사라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자살하는 등 어른이라고 하면서 어른 노릇을 못하는 지도자들 모두가 코미디언인 것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마음챙김`에 관한 철학, 심리학, 영성 및 심리치료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필요에 의해 만들고 갇혀버린 관념의 벽에서 벗어나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21세기는 개명의 시대처럼 “그때는 그랬지!” 하는 웃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 주변의 사회 및 종교 지도자들도 사람들을 현혹시키지만 사람들은 개인의 탐욕심이 늘 자기 자신을 속이려고 하고 있음을 모른다. 누군가를 탓하기 어려운 스스로의 재잘거림에 속지 말아야 하며, 결국 자신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아픔을 딛고 일어나는 자각은 깨어나는 돌파구이다. 진리를 통한 진실이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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