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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발전과 행복

등록일 2013-08-19 00:20 게재일 2013-08-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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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홍 신부·포항 죽도성당 부주임 다문화가정 가톨릭 지원센터 담당

지난달 25일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이 대구·경북 지역의 필리핀 이주 노동자들과 결혼 이주 여성들과의 간담회를 위해서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을 방문하였다. 필자 역시도 포항·경주 지역의 필리핀 공동체 담당 신부로서 환영인사를 하고 간담회에 참석하였다.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은 육군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역임하고 1992년부터 1998년까지 제12대 필리핀 대통령을 지냈다. 피델 라모스 대통령과 한국과의 인연은 60년 전 한국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전쟁 당시 피델 라모스 대통령은 장교로서 참전하여 혁혁한 전과를 올려 당시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간담회 중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은 한국 전쟁 당시의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황폐하고 가난한 나라였지만 근면한 국민성을 바탕으로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회상하였다. 그리고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배우고 싶다고 언급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를 수차례 외쳤다.

한국이 한국 전쟁 이후, 폐허 속에서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성장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을까? 한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만 했다. 특히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희생해야만 했고 이와 반대로 부정부패를 통해서 부를 축척했던 대기업들은 아직까지도 그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과연 한국인들은 행복한가라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문득 필리핀 유학 시절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마닐라 외곽의 어느 빈민촌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하루 한 끼 먹기에도 빠듯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국민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행복의 척도를 경제적인 수준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늘 여유 있는 모습, 미소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경제적 성장과 풍요로움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은 전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한 행복지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남미의 코스타리카가 1위를 차지했고, 베트남이 2위, 방글라데시가 11위, 인도네시아가 14위, 필리핀은 24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63위에 그쳤다. 행복지수가 상위권인 국가들은 대부분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들지 못한 나라들이다. 특별히 주목할 것은 전 세계에서 국민 총생산(GDP)이 가장 높은 미국은 105위에 그쳤고 최근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은 종전의 20위에서 60위로 추락했다.

문득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이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가난과 행복은 서로 대립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사람들을 두고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가진 사람들도 이 말씀을 받아들이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가난한 삶을 선택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가난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궁핍하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불교의 교리에 비추어 본다면 `소유`와 `집착`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사실 90만원을 모아놓은 사람은, 100만원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100만원을 모아놓은 사람은 1천만원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돈에 집착하는 사람과 물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은 돈만 바라보고 살게 되고 자신이 집착하는 물질만을 보고 살아간다. 사람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외로워진다. 많은 돈이, 많은 물질들이 자신들을 위로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결국 마음속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목표로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사람”을 잊고 살아가게 되었고 지금도 우리는“사람”보다, 구체적으로 “가족”이나 “친구”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질적인 부와 풍요로움이 행복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사람”을 바라보는 삶, 사람이 “행복”한 삶을 고민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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