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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

등록일 2013-07-17 00:33 게재일 2013-07-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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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갑 수
예인선은

둥근 빛을 흔들고

누군가 동백잎에 물들어

깊은 병을 가질 때

여관집 늦은 가을비는

창가에 온다

밀물 드는 소리에

취객은 마음을 빼앗기고

여자들이 등을 달고

바다처럼 조용히

부풀어 오를 때

한 폭의 정물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시다. 바다는 늘 예상하지 못할 예감으로 깨어있다. 밀물이 밀려드는 모습과 여관집에서 술에 취해 바라보는 가을비, 동백꽃잎에 물들어 깊이 든 병, 낭만적인 풍경과 마음을 그려내는 시인의 마음에서 참 고요하고 낭만적이며 어떤 슬픔 같은 것을 읽을 수 있다. 예인선, 밀물, 부풀어 오르는 여자, 등(燈) 앞에서 취객은 서서히 부풀어 오는데 이런 존재의 확장은 차라리 병적이어서 못내 슬프기 짝이 없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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