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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하다 - 봉숭아 꽃물을 들이다

등록일 2013-07-11 00:04 게재일 2013-07-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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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근 희

풀죽은 매미가 7월의 끝자락을 유감없이 삭제하고 있는 오후,

사방을 흘깃거리던 기분좋은 바람 선홍색 꽃잎 문자 앞세우고 문지방을 요리조리 삭제하네

“올해도 다름없이 당신의 열손가락을 아프지않게 삭제하겠습니다”

꼬리를 삭제해도 목숨을 연명하는 도마뱀처럼 붉은 선혈 심찟한 열 개 손가락을 삭제하고

내 생의 또 하나의 여름을 삭제하고 속절없이 감아온 나이테를 삭제하고

마흔을 훌쩍 넘은 그 아이 초저녁내 뜰 아래서 콕,콕, 꽃, 삭제하네

저무는 마흔이 꽃스러워! 꽃스러워! 꽃 꽃 삭제하네

봉숭아 고운 꽃물을 손톱에 물들이며 시인은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있다. 삭제하고 싶은 아픈 추억들과 기억하고 싶지 않고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에 대한 성찰이 이 시를 전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속절없이 살아온 지난 시간들에 대해 휘익 뒤돌아보고 싶은 마음 간절해지는 시간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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