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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에서

등록일 2013-06-20 00:07 게재일 2013-06-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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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 경
나 이 갈대밭에 와 있는 거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윽한 잎들 속삭임 같은 인사말도

웅덩이 물을 선점한 이끼의 탐욕과

날벌레들 앙큼한 탐색 따위는 여기에 없다

나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갖지 못하였지만

초록 줄기들의 질긴 꿈은 알아보았다

세상의 길들은 다 사연이 있다니까

나도 갈대 밭에 길 하나쯤 내면 아니 될까

푸르른 갈대밭에서 시인의 자신이 걸어가야 할 한 생의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갈대가 서있는 젖은 땅의 이끼의 탐욕이나 날벌레들의 앙큼함 따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푸르게 무리지어 흔들리면서도 그 초록 줄기들이 바라보고 나아가는 질긴 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길들에 다 사연이 있듯이 그 푸른 갈대들의 길에도 그런 푸른 꿈과 사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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