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 경
그윽한 잎들 속삭임 같은 인사말도
웅덩이 물을 선점한 이끼의 탐욕과
날벌레들 앙큼한 탐색 따위는 여기에 없다
나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갖지 못하였지만
초록 줄기들의 질긴 꿈은 알아보았다
세상의 길들은 다 사연이 있다니까
나도 갈대 밭에 길 하나쯤 내면 아니 될까
푸르른 갈대밭에서 시인의 자신이 걸어가야 할 한 생의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갈대가 서있는 젖은 땅의 이끼의 탐욕이나 날벌레들의 앙큼함 따위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푸르게 무리지어 흔들리면서도 그 초록 줄기들이 바라보고 나아가는 질긴 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길들에 다 사연이 있듯이 그 푸른 갈대들의 길에도 그런 푸른 꿈과 사연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