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희
깡통, 비 오는 날이면
밤새 목탁 소리로
울었다. 비워지고 버려져서 그렇게
맑게 울고 있다니
버려진 감자 한 알
감나무 아래에서 반쯤
썩어 곰팡이 피우다가
흙의 내부에 쓸쓸한 마음 전하더니
어느날 그 자리에서 흰 꽃을 피웠다
그렇게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끌어가고 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자연이던 시물이던 버려지고 소외돼가는, 불구와 불량의 사물들이 쓸쓸하게 놓여있다. 그러나 그렇게 쓸데없이 버려진 것들의 쓸쓸함이 한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감나무 아래 버려져서 썩은 냄새를 풍기는 감자에서 새싹, 새 생명의 꼭지가 나오고, 그것이 풍성한 한 뙈기의 감자밭을 이뤄 가는 것이다. 새로운 생명의 출발점이 거기서부터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