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바람이 기업을 비롯, 사회 곳곳에서 거세게 불고있다. 의사, 교수, 기업체 사장 등 우리 사회의 성공한 유명 인사들이 인문학 모임에 더 열심이다.
인문학 강좌에 참여한 이들은 한결 같이 성공하고 정상에 올라섰지만 그동안 뭔가 허전했었는데, 인문학으로 힐링할 수 있게 됐다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오다 걸음을 멈추고 인문학을 접하면서 진정한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이다.
인생에 있어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깨달았다고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이제부터 진짜 자신의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밝히는 등 인문학 체험을 통한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인문학 바람은 개인을 넘어 일선 시·군에까지 불어 닥쳤다. 칠곡군은 인문학 도시 조성에 나섰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문학적 역사와 전통에 기반을 둔 도시 정체성과 특성을 구축하여 도시발전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인문학 자원을 발굴하고, 지역주민이 인문학을 통해 행복과 자부심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요지다. 지역의 문화와 생활을 체험하는 인문학 여행도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칠곡군은 총 사업비 20억원으로 올해까지 인문학 도시조성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칠곡군이 이 사업의 결실을 맺어 인문학 도시로 우뚝서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떼놓을 수 없다. 아이패드와 아이폰과 같은 혁신적 제품이 나온 것은 바로 공학에 인문학의 접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두 학문의 결합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문학이 기업에서 새로운 대접을 받게 됐다.
애플의 성공을 통해 이제 기업이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학문간 벽을 허물고 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그동안 인문학은 소위 돈 안되는 학문으로 대학캠퍼스에서 조차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심지어 학과가 폐지되고 통합됐다는 이야기마저 들렸다. 그런 인문학이 시쳇말로 뜨고 있다.
그럼 인문학은 뭔가. 여러 가지 정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문학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주는 학문이 아닐까. 그래서 당장은 돈이 되지 않고 현실에 바로 써먹을 수 없을지 몰라도 건강한 사회를 지탱해주는 튼튼한 인프라가 인문학이라 생각된다.
인문학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필수 영양소다. 그런데 이런 인문학이 정작 필요한 곳은 인문학 무풍지대인 것 같아 안타깝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기에 감명 깊게 읽은 문학작품이나 인문학 서적은 평생 가슴 속에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다. 지금처럼 입시교육에 올인 하는 우리 교육풍토에서 청소년들이 이런 체험을 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게 아쉽다.
그러나 인문학 공부는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집안 서가에 꽂혀있는 문학작품이나 역사서, 철학서적 등 인문학 서적 한 권을 뽑아서 정독해 보는 것이 바로 인문학을 접하는 출발점이다.
교육당국도 입시에 찌든 청소년들이 잠시나마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의 꿈과 포부를 활짝 펼 수 있도록 다양한 인문학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