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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끝까지 캐릭터에 몰입했다”

연합뉴스 기자
등록일 2013-05-23 00:25 게재일 2013-05-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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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tvN드라마 `나인`서 주인공 박선우로 활약한 이진욱

“숨 쉴 틈이 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지난 5개월을 오롯이 박선우로 살아간 배우 이진욱(32·사진)은 웃으며 말했다.

극을 책임지는 주연에다 캐릭터 자체의 무게감이 크다 보니 부담이 클 법도 했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그다.

최근 종영한 tvN드라마 `나인: 아홉번의 시간여행`에서 이진욱는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났다. 그가 연기한 박선우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21일 서울 압구정 한 카페에서 만난 이진욱은 “선우는 비극의 집합체”라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털어놓았다.

극중 박선우가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는 보통 사람이 감내하기 힘든 것이었다.

죽음을 앞두고 마주한 진실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알고 보니 친형이라는 것이었고, 시간을 거슬러 뒤바꾼 현재에서 연인은 조카가 돼 있었다.

이야기가 거듭할수록 커지는 비극의 굴레에 보는 이도 가슴을 졸여야 했다.

정작 이진욱은 “정신없이 몰아치다 보니 머리끝까지 캐릭터에 잠길 수 있었다”며 “이 맛에 연기한다는 말이 실감났다”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나인`은 시간여행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에 녹여내며 마니아 팬을 끌어모았다. 꼬인 이야기를 매끈하게 풀어내는 솜씨는 매회 감탄을 자아냈다.

드라마가 던지는 메시지도 묵직했다. 불행한 현재를 바꾸기 위해 시간여행을 반복하는 선우의 모습은 과거를 놓지 못하는 우리네 모습과 겹쳐지며 삶의 의미를 되물었다.

이진욱은 “내 힘은 30% 정도였던 것 같다”며 “나머지는 작가와 감독, 스태프의 힘”이라고 공을 돌렸다.

“대본이 좋으니까 감독님도 투지가 불타올랐어요. 다들 정말 마음을 다했어요. 그런 모습에 저도 힘을 받았죠. 배우들도 모난 사람이 없어요. 모두 진심으로 하는 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였어요. 전쟁터에서 전우들이 이기려고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는 걸 보면 `나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을 할 수 없잖아요.”

이진욱은 “케이블 드라마의 장점도 확실히 작용했다”며 “지상파보다 표현의 한계가 덜하고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온전히 작가의 생각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시작하기 전 김병수 PD가 그에게 부탁한 것은 온전히 선우가 돼달라는 것.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촬영이 시작되면서 그는 점차 선우에게 빠져들 수 있었다.

선우에 몰입된 나머지 19회 과거에 갇힌 선우가 죽음을 맞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북받쳐 대사를 입으로 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선우의 죽음은 그가 원했던 결말이었다.

이진욱은 “용감하고 멋진 결말이었다”며 “과거를 바꿔서 행복한 해피엔딩이라면 그냥 그런 드라마로 끝날 수 있었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선우의 죽음으로 보여줬다”고 풀이했다.

당시 선우가 했던 말(`되풀이되는 생애도 새삼 감사하다. 매 생애마다 내 진실한 친구가 돼준 너에게 감사하다`)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진욱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후 차기작을 정할 계획이다.

`나인`으로 좋은 작품과 연기의 맛을 흠뻑 느낀 그는 “선택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이라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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