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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백지영

등록일 2013-05-22 00:48 게재일 2013-05-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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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찬 김천대학교 임상병리학과 교수

필자가 중학교 때 미국 유학할 당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반에서 함께 수업을 듣던 엘살바도르 출신 여학생이 며칠 동안 보이지 않아서 그 친구 소식을 선생님 여쭈어 보았더니 갑작스런 임신 때문에 더 이상 학교에 나올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비록 중남미 출신 사람들의 문화와 정서가 개방적이고 자유분방하지만 15살 밖에 안 된 어린 여학생의 임신 소식은 같은 반 학생들 모두에게 큰 충격을 준 놀라운 사건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해병대 수색대 출신 배우 정석원이 톱스타 백지영의 콘서트에서 깜짝 프로포즈를 해서 많은 여성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정석원은 백지영의 전국투어 콘서트 `7년만의 외출` 무대에 기습적으로 등장, 먼저 스크린을 통해 영상편지를 띄운 뒤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무대에 나타나 “결혼해 달라”며 백지영에게 공개 프로포즈를 했다. 이에 백지영은 감동의 눈물을 내비쳤고, 두 사람은 달콤한 키스를 나누며 관객들의 축복을 받았다. 이들은 다가오는 6월2일에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결혼한다.

정석원과 백지영은 2년 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정석원은 언론을 통해 백지영의 임신 사실을 인지하기 전부터 결혼을 결심했었다고 밝혔다. 정석원은 연인 백지영과의 결혼을 결심하고, 언제 결혼에 대한 공식 발표를 해야할까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백지영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를 위해 서둘러 결혼 발표를 하게 됐다고 한다. 결혼 발표 당시에는 `속도위반이 아니다`라고 큰 소리 쳤지만, 결국 정석원-백지영 커플도 혼전임신, 속도위반으로 밝혀졌다. 즉, 믿었던 팬들을 향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요즘들어 결혼을 발표하는 연예인은 거의 예외 없이 `속도위반`이다. 장동건-고소영, 권상우-손태영, 타블로-강혜정, 김남주-김승우, 엄태웅, 가수 김태우, 방송인 현영 등이 주인공들이다. 유명 연예인이자 공인의 속도위반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어떨까? 인기 스타야 경제적으로 여유로우니까 충동적으로 즐기고 연애하다가 아기를 가지게 될 경우 부담없이 결혼하고 출산하면 되겠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가지고 싶어도 각박한 경제적 현실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속도위반으로 결혼하는 유명 연예인은 멀고 먼 나라 사람들의 꿈 같은 이야기 일 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유명 연예인이 속도위반으로 마지못해 결혼을 발표하는 소식들은 아무리 이해하고 좋게 봐 주려 해도 공감이 되지 않고, 은근히 기분 나쁜 사건이다. 게다가 이들의 충동적 행동은 한창 성장중인 청소년들의 성교육과 인성교육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소년들이 “남자 여자가 사랑하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대로 성관계를 가지고, 혹시 임신이 되어도 결혼하면 모든 것을 용서받고 오히려 축복 받더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특히 그 누구보다 백지영은 십여 년 전에 불미스러운 섹스비디오 유출 사건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은 바 있는데, 또 다시 속도위반이란 성(性)적인 문제로 대중으로부터 임신을 했니 안했니, 거짓말을 했니 안했니 하며 회자되고 있으니, 백지영의 당당한 재기(再起)에 박수치며 파이팅을 보냈던 팬의 입장에서 매우 실망스럽고 씁쓸하다. 핑크빛 행복으로 가득한 정석원-백지영 두 사람에게 초(醋)를 치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 미안하지만 소중한 혼전 순결을 지키는 문제에 대해서 그 어떤 커플보다 정석원-백지영 두 사람이 좀 더 조심하고 신중했었더라면 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범적인 사랑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매우 크다. 그 이유는 그 주인공이 다름 아닌 백지영이기 때문이다. 아! 백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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