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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

윤종현 기자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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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현 편집부국장

민주주의 특징 중에 하나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정부, 기업, 노조, 가정 등 각 집단에서`열린 소리`가 가감없이 표현되고 있는 것은 작금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자기 주장이 강해진 사회적 분위기 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목소리` 즉 `주장`이 정제되지 않고 표현될 경우 혼란과 갈등으로 연결될 우려마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등 기관은 공식 발표에 있어 문구 하나하나를 면밀히 점검함과 함께 창구를 일원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현안 1순위로 꼽는다면 `대북 문제`다. 북(北)은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쓰고 있다. 북한 중앙방송을 통해 전달하는 내용은 남한에 대한 협박성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동화`늑대 소년`에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제 그들의 행위에 대해 불안해 하거나 겁을 먹는 것이 아니라 식상한 것으로 치부한다. 왜냐하면 좌파정부에서 볼 수 없었던 강한 톤의`목소리`가 대통령을 통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응 태세도 좌파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기에 국민들은 평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는 신중하고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대통령 되기 전에도 말의 엄중함과 신중함을 잘 알고 있고 이 원칙을 지키려는 정치인으로 각인됐다. 지금은 대변인을 통해 의중을 전달하지만 국회의원 시절엔 기자들의 질문에 아주 간략하게 답변하는 것이 몸에 뱄다. 이는 구구절절한 설명이나 사족(蛇足) 등은 오해를 일으킬 요소로 본 자신만의 `언어 철학`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참모들도 박 대통령의 언어 구사법처럼 해야 한다는데 신중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와 경제정책 등 민감한 사안에서 `한 목소리(One-Voice)`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국민에게 `혼란`을 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참모들은 최근 대북 관련 메시지에 있어 그녀의 심중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 혼선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라인 참모에게 “아직도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해 못 하세요” 라며 질책했다. 앞서 조원동 경제수석과 류길재 장관,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부적합한 목소리를 내 대통령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이는 참모들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정확히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주지역 지도자들의 목소리도 가관이다. 지역국회의원이면 지역 문제에 대해 옹호하고 덕으로 감싸야 한다. 그런데 최근 경주가 지역구인 정수성 의원의 목소리는 지역 사랑이 아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경주예술의전당 운영과 관련해 정 의원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대한변협을 통해 예술의전당 건립 당시 관계 공무원과 용역사 등을 검찰에 고발 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시설이 무리하게 건립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화관광도시에 변변찮은 공연시설 조차 없는 것도 지적사항 이었다.

그래서 문화단체나 시민들의 요구에 의해 건립된 시설에 대해 지역 대표자인 국회의원이 이를 문제 삼는다는 것은 진정한 `선량`으로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설사 지난 지자체장이 다소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 하더라도 그 `수혜` 대상은 시민이데 이를 굳이 꺼집어내 논란의 불씨로 만드는 것은 점잖치 못한 자세다. 이를 `경종`차원에서 거쳐야지 이를 언론에 배포하고 확산시키는 의도는 현 지자체장과 한수원 본사 이전과 관련된 구원(舊怨) 일 수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는 따갑다. “도대체 정 의원의 지역구가 어딘지 모르겠다. 국회의원이 시정에 왈가왈부하면서 참여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은 공무원을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과 같다”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그래서`목소리`를 잘못낼 경우 지역내 갈등 발생은 물론 위험한 상황까지 초래한다는 것을 그는 망각한 것 같다. 적어도 지도자의 목소리는 박 대통령처럼 함축적이고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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