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도시 이미지로 대부분 포스코를 떠올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영일만 갯벌에 연관제철소를 설립해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을 놓았고, 현재 세계 최고 철강기업으로 발전해 있으니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포스코 못지않게 포항의 긍지와 자부심을 높여주는 글로벌 도시 트랜드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축구 도시 포항`이다.
포항은 프로축구단 포항스틸러스의 연고지이다. 인구 52만의 중소도시에 프로축구단이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포항스틸러스가 한국축구사에 남겨놓은 수많은 업적을 보면 더욱 놀랍다. 포항스틸러스는 축구와 관련된 국내 최초의 기록을 거의 모두 갖고 있다. 올해로 창단 40년의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국내 프로축구단 가운데 팀명과 연고지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유일한 팀이기도 하다.
포항스틸야드는 한국 최초의 축구전용구장으로 23년이 된 지금까지도 관전 편의가 가장 좋은 아름다운 축구장으로 평가받는다. 또 선수단 숙소인 클럽하우스와 우수한 축구 영재 발굴 및 육성 프로그램인 유소년축구클럽 운영 역시 국내 최초 기록이다. 최소 20년 앞을 내다보고 준비를 해온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포항에 뿌리를 내리고 40년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오면서 선진 축구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등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으로 한국축구발전을 선도해 온 한국축구의 성지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니 포항시민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느껴도 되고, 시민들의 힘으로 세계적인 도시 트랜드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최소 20년 앞을 내다본 장기 프로젝트는 마침내 결실로 나타나고 있다. 포항이 올 시즌 외국 용병에 의존하지 않고 국내파 선수들만으로 현재 K-리그 1위 자리를 질주하고 있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오랫동안 탄탄한 기반을 구축한 포항유소년 시스템은 포항스틸러스의 화수분 역할을 하며 한국 축구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가고 있다.
이런 포항의 모습은 세계 축구를 평정하고 있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와 너무도 닮았다. 유소년출신 선수들로 팀을 구성, 어릴 때부터 정교하고 빠른 패스 축구를 몸에 익혔고, 이러한 튼튼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팀이 됐다. 바르셀로나식 축구는 아름다운 축구 예술로 표현되고 있다.
포항 역시 올 시즌 무용병을 선언하고, 유소년 출신 선수들을 주축으로 빠르고 정확한 패스 축구를 구사한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뻥`축구나 의미 없는 백패스를 남발하지 않고 빠른 템포로 짧은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받으며 공격과 수비를 반복한다. 수비가 밀집된 공간을 패스로 돌파해 나가는 모습은 가히 예술적 수준이다. 비록 골로 마무리되지 않더라도 매끄럽게 진행되는 과정은 예술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다.
올 시즌 포항의 이런 경기력은 바르셀로나와 너무도 닮았다고 해서 축구팬들은 `포항셀로나`란 이름을 붙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다. 축구의 본고장 영국과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광적인 관중석 분위기다. 아름다운 축구전용구장의 훌륭한 시설과 선수들의 플레이는 분명히 바로셀로나의 경기를 연상시키지만 설렁한 관중석은 아직도 바로셀로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스틸야드가 만원 관중으로 넘쳐날 때 비로소 `포항셀로나`가 완성된다. 스틸야드의 우렁찬 관중들의 함성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발전시키면 어떨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포항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한국이 아닌 세계적인 `축구 명품 도시`의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