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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목공의 행복

등록일 2013-04-23 00:16 게재일 2013-04-2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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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중원한국폴리텍대학 포항캠퍼스 교수
영국 `런던 타임지`가 독자로부터 공모한 `행복에 대한 정의`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그 중에서 `세밀한 공예품을 다 짜고 휘파람을 부는 목공`에 대해 필자는 인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행복을 묘사해 보려 한다.

통영에 가면 나전칠기 자개농이 유명하다. 나전칠기는 옻칠 바탕에 조개껍질을 붙여 그림과 무늬를 만드는 장식기법으로 함(函)이나 장롱을 만든 것이다. 모든 과정이 장인의 손으로 이뤄져서 장롱 하나를 완성하는 데는 무려 1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목공은 매일 새벽 공예 도구를 손질해 무디어진 날을 세우고,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공방(工房)에 들어간다. 정교하게 잘 짜여 진 공예품에 옻칠을 하고 말린 후에 조개껍질로 된 자개를 모양에 따라 일일이 한 뜸씩 입혀가는 것은 목공의 혼을 불어 넣는 작업과도 같다. 목공의 현란한 기교로 자개의 섬세한 조화는 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들로 혼연히 이어져 간다. 인내와 성실로 일관된 작업이 마무리될 때, 목공은 휘파람의 축포를 쏜다. 휘파람, 그것은 행복을 발산하는 신기한 도구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Serotonin)이 흘러 넘쳐서 세속의 오염된 물결이 스며들 틈도 없고, 숨길 비밀도 없다. 목공의 정직과 순수의 세계에는 금전적 탐심이 접근할 수 없다. 그는 그저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사랑하며,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어느덧 목공은 행복을 다듬는 숙련공이 되어 있었다.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란 현재 그 자리에서 자신의 성실로 인해 맺혀진 열매를 보고 만족해하며 목공처럼 휘파람을 불 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큰 것을 갖고 있으면서도 더 큰 것을 바라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비집고 들어 올 틈이 없어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행복은 거창한데 있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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