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가 즉위한 당시 중국의 정국은 위, 오, 촉한의 형세로 굳어져 가고 있었다. 이 때 조조는 위왕에 등극해 촉한의 유비가 평정한 한중(漢中)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유비가 일찌감치 한중을 평정해 곳곳에 군대를 배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조는 한중을 빼앗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매번 허사가 돼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을 즈음, 어느날 저녁 암구호로 `계륵(鷄肋)`이란 단어가 정해졌다. 모두 무슨 영문인지 모르고 있는 가운데 주부 벼슬에 있는 양수가 갑자기 서둘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한 장수가 그 이유를 묻자 양수는 “닭 갈비는 먹을 게 별로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는 한중 역시 그런 닭갈비 같은 땅으로 생각하고 철군을 결심하신 것이라오”라고 답했다. 그 말대로 조조는 며칠 후 한중으로부터 전군을 철수시키고 말았고, 유비는 한중 땅을 확보해 한중왕에 올랐다.
최근 한반도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직면해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 위협을 시작한지 한 달이 넘어갔고, 갈수록 수위를 높여가며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뭔가를 얻으려는 의도이다. 북한은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 선언에 이어 최근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했고, 결국에는 북측 근로자 5만여 명을 출근시키지 않아 123개 입주업체의 공장들이 일제히 멈췄다. 지난 2003년 6월 개성공단 건설의 첫 삽을 뜬 지 9년 10개월 만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에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전전긍긍하고 있고, 경제계에서는 북한의 도발위협으로 외국기업이 떠날 것이라는 등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북한의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과는 많이 다르다. 대부분의 국민은 북한 도발행위에 무덤덤하게 대응하면서도 이번에 북한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남북 간 경제교류를 위해 만들어진 개성공단이 북한의 도발 때 마다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이제는 정리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북한에 구걸하는 식의 정부의 애매모호한 대처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국민들은 정부가 진퇴양난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곤혹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선제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해 북한의 목을 옥죄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총 141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개성공단 가동으로 북한은 매달 약 700만 달러, 연간 8천6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 돈은 대부분 개성공단에서 일을 하고 있는 북한주민들이 아니라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되며, 핵과 미사일 개발 등 북한의 권력유지에 사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국민들이 볼모로 활용되고 있는 개성공단을 이번에 포기하지 않으면 또다시 이런 사태들이 반복된다며 선제적으로 우리 정부가 폐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매년 8천600만 달러의 돈맛에 길들여진 북한이 이 돈을 체제유지에 쓰는데, 자금줄이 막히면 오히려 북한이 답답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에 대해 전액 보상은 어렵지만, 경협보험으로 투자금 대비 80~90%를 보장받을 수 있고, 모자라면 경협자금을 이용해 손실을 보상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해 다시는 북한의 체제유지에 쓰이는 자금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근본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가 결코 남한 사회를 흔들 무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북한 자신의 피해만 키울 뿐이라는 것을 이번에 반드시 깨닫게 해야 한다. 정부의 의연한 대응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