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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피해 고통 쓰라릴텐데…

이창훈기자
등록일 2013-04-01 00:15 게재일 2013-04-0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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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홀로 사는 87세 김봉순 할머니<br>힘겹게 모은 전재산 3천만원 모교 기부<br>3년전에도 3천600만원, 주위 놀라게 해
▲ 원폭피해보상금과 장사로 어렵게 모은 돈을 모교인 대구 성서초교에 기부한 김봉순 할머니.

원폭피해 할머니가 원폭피해 보상금과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어렵게 모은 수천만원을 모교에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김봉순 할머니(87)는 지난 29일 힘들게 모은 3천만원을 모교인 대구성서초등학교(교장 신태석)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10년에 3천600만원을 기부한데 이어 올해 또 3천만원을 모교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해 학교 관계자 및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돈은 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할머니는 어린시절 성서초교에 입학해 다니다 17살 때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일본에서 살다 원폭피해를 당했다. 당시 후유증 때문인지 할머니는 자녀 2명을 낳았으나 어릴 때 모두 사망했다.

오랜 일본생활을 접고 귀국한 할머니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조그마한 포목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3년전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서초교는 할머니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할머니는 성서초교 10회 졸업생으로 되어있다. 현재 할머니는 칠곡에 있는 모 사찰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간병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머니는 간병사가 재산을 조금이라고 남겨놓기를 간청하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보람있는 일에 돈을 쓰고 싶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할머니를 잘 아는 사람이 전했다.

할머니는 이 기부금으로 대형 TV, 컴퓨터, 모니터를 구입해 학생들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김 할머니는 `사랑의 기부 전달식`에서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학생들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이번 김 할머니의 사랑의 기부는 학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는 뜻 깊은 전달식이 되었다. 할머니의 숭고한 뜻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서초교 강호진 교감은 “힘들게 사시며 모은 전 재산을 어린 학생들을 위해 선뜻 내놓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며 “향후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myway@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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