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홀로 사는 87세 김봉순 할머니<br>힘겹게 모은 전재산 3천만원 모교 기부<br>3년전에도 3천600만원, 주위 놀라게 해
원폭피해 할머니가 원폭피해 보상금과 대구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어렵게 모은 수천만원을 모교에 기부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김봉순 할머니(87)는 지난 29일 힘들게 모은 3천만원을 모교인 대구성서초등학교(교장 신태석)에 기부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10년에 3천600만원을 기부한데 이어 올해 또 3천만원을 모교 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해 학교 관계자 및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돈은 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할머니는 어린시절 성서초교에 입학해 다니다 17살 때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일본에서 살다 원폭피해를 당했다. 당시 후유증 때문인지 할머니는 자녀 2명을 낳았으나 어릴 때 모두 사망했다.
오랜 일본생활을 접고 귀국한 할머니는 대구 서문시장에서 조그마한 포목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3년전 이 사실을 알게 된 성서초교는 할머니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다. 할머니는 성서초교 10회 졸업생으로 되어있다. 현재 할머니는 칠곡에 있는 모 사찰에서 혼자 기거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간병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전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머니는 간병사가 재산을 조금이라고 남겨놓기를 간청하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보람있는 일에 돈을 쓰고 싶다”며 오히려 화를 냈다고 할머니를 잘 아는 사람이 전했다.
할머니는 이 기부금으로 대형 TV, 컴퓨터, 모니터를 구입해 학생들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원했다.
김 할머니는 `사랑의 기부 전달식`에서 “학생들에게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착한 학생들이 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지켜본 한 학부모는 “이번 김 할머니의 사랑의 기부는 학생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될 수 있는 뜻 깊은 전달식이 되었다. 할머니의 숭고한 뜻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성서초교 강호진 교감은 “힘들게 사시며 모은 전 재산을 어린 학생들을 위해 선뜻 내놓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며 “향후 할머니의 뜻을 받들어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곳에 돈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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