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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해 마련한 가게 한순간에…”

윤경보기자
등록일 2013-03-29 00:16 게재일 2013-03-2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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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화재<bR>보험 못 든 가건물 상인 등 보상여부 노심초사<br>노후건물에 진화 자동화시설 없어 대책 세워야

지난 28일 0시45분께 발생한 포항 죽도시장 화재는 주택 1채와 상가 9곳을 태운 뒤 한 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은 포항과 인근 타시군 소방차 28대와 24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했다.

최초 목격자인 허모(60)씨는 “반대편에서 새벽 작업을 하다 B상회에서 연기와 불꽃이 보여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로 생업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죽도시장에서 20여년째 장사를 해 온 손순옥(61·여)씨는 “1년 동안 팔 잡곡과 현금, 수표에다 10년 동안 일해 겨우 마련한 가게가 모조리 불에 타 없어졌다”며 눈물만 뚝뚝 흘렸다.

전통시장의 특성 상 피해점포가 가건물인 상인들은 보상 문제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화재로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점포를 잃었다는 한 상인은 “화재보험을 들려고 했지만 가건물이라 불가능했다”며 “어떻게든 도움을 받고 싶다”며 흐느꼈다.

그동안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죽도시장의 재발 방지 대책의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죽도시장은 입구에서부터 빼곡하게 들어선 노점상과 노정상들이 쳐놓은 차양막이 손님들의 통행을 방해할 만큼 어지럽게 얽혀 있다. 또 이번에는 야간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차 진입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평소에는 이 마저 어려운 구조다. 이 밖에 낡은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소화기를 갖추지 않은 점포가 많아 초기 진화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전기와 가스시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튀김 등을 파는 대부분의 노점상은 조리대와 LPG 가스통이 불과 1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이마저도 별도의 보관 시설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 공중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깃줄도 노점상들이 설치한 금속 차양막대와 맞닿아 있어 각종 사고 위험이 여실히 드러났다.

포항북부소방서 관계자는 “전통시장은 원래 연소물과 가연물이 많고 대부분의 상가가 가건물인 만큼 화재 관련 자동화 시설이 없어 초기진압에 실패하면 피해가 크다”며 “죽도시장 내 주민과 상인들이 시장 내에 설치된 호스릴 사용법 등을 적극적으로 배우는 등 자율적 의식 개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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