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경
어느 길을 걸어
그 불빛 켜들고들 오셨나
푸르스름 밝아오는 새벽 길가에
올망졸망
이슬에 함뿍 젖은 흰 초롱 걸어놓고
말없이 돌아서는 등이 보인다
이른 봄부터 풀꽃들이나 나무들에는 꽃등이 켜진다. 이른 봄 눈섞이 흐른 개울가나 양지바른 곳에는 솜양지꽃같은 납작하고 노란 꽃들이 등을 내 건다. 어디 그뿐인가.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벚꽃 같은 봄꽃들이 다투어 꽃을 피워올린다. 오월이면 산과 들 혹은 숲정이에 희거나 연한 홍자색의 초롱꽃등이 불을 밝힌다. 점점 어두워져가는 인간세상의 한 모서리에 누가 저리 고운 꽃등불을 밝히는가. 아름다운 생명의 환한 불을 밝혀놓고 가는 이는 도대체 누구인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