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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산불, 줄잇는 온정

등록일 2013-03-15 00:32 게재일 2013-03-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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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호 편집부국장

놀이터로 달려가던 어린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5~6세쯤 된 어린아이는 땅바닥에 넘어진 채 일어나지 못하고 운다.

그때 뒤따라가던 친구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친구야, 괜찮아?” 하고 어깨를 톡톡치며 다독거려 준다. 울던 친구는 울음을 그치고 일어나 손을 턴 뒤 친구와 함께 놀이터로 웃으며 달려간다. 곤경에 처한 친구를 돕는 어린아이의 해맑은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보고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는 것은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물을 찾아 아프리카 초원을 이동하던 물소 떼 대열이 사자들의 습격을 받아 이리저리 흩어지고 사자의 표적이 된 물소는 여기저기 물려 꼼짝 못하고 주저 앉아 죽음만을 기다린다. 그때 도망간 줄 알았던 물소가 떼를 지어 나타나 뿔을 앞세워 사자를 공격한다. 먹이를 놓치지 않으려 버티던 사자는 물었던 물소를 놓아주고 달아난다. 초원의 제왕 사자한테 달려드는 물소의 동료애가 놀랍다.

포항은 지금 때 아닌 대형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중학생의 불장난으로 도심 인근 주택과 아파트 등 90여채가 화마에 잿더미로 변하고 수십명이 인명피해를 입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

갑자기 닥친 불길에 몸만 빠져나온 이재민들은 불타버린 집과 몽땅 재로 변한 가재도구를 보며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다며 오열하고 있다.

특히 불탄 가옥중 무허가 집들은 보상이 쉽지 않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산불 피해 주민들은 말 그대로 동가식 서가숙 하는 상황이다. 언제 정든 보금자리로 다시 돌아갈지 기약도 없는 상태다. 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모든 것을 잃고도 피해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니 이보다 기막히고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러나 포항시민들은 곤경에 빠진 이웃들을 보고만 있지 않는 모습이다.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산불피해 이재민들을 돕겠다는 기업체와 단체, 종교계,개인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포항철강공단의 조선내화는 1억1천만원을 내놓았고 대아, 삼일 등 향토기업도 1억원이 넘는 돈을 시청에 기탁했다고 한다. 어렵기는 기업들도 마찬가지 일텐데 이렇게 선뜻 거액을 이재민들을 위해 내놓는 지역 기업들의 선행이 고맙기 그지없다.

포항지역에 있는 유통업체와 한국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 사회단체, 병원들도 앞다퉈 성금을 내고 구호 물품을 기탁하는 등 구호 손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포항시의 자매도시들도 쌀과 라면 등 긴급 구호물품을 보내오며 하루속히 피해가 회복되길 빈다.

성금 기탁 소식을 접하는 시민들은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이처럼 많은 기업과 사회단체, 개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는 예상 못했기에 더욱 놀랍고 반갑다. 밀려드는 온정이 잿더미로 변한 집을 보고 한숨을 짓는 이재민들에게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한다.

포항시도 피해주민들에게 자연재해에 준하는 지원을 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만드는 등 행정적 해결 방안을 찾느라 애쓰는 모습이다.

지금 포항은 화마에 모든 것을 잃은 이웃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민관이 두 팔을 걷어 붙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2만 시민의 정성이 모아진다면 화마가 남긴 상처를 극복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럼 이번 산불은 재앙이 아니라 포항의 저력을 확인한 재난 극복사례로 기억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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