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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유가 주는 안전의 미학

등록일 2013-03-11 00:03 게재일 2013-03-1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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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열 도로교통공단경북지부 교수

여유와 쉼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동화작가 이솝은 어린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지친 일상에 힘을 얻는 때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다 큰 어른이 아이들과 노닥거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이솝을 보고 혀를 차며 어른이 할 일 없이 어린아이들과 어울려 논다고 핀잔을 줬다. 그러자 이솝은 잠자코 옆에 있던 현악기의 활을 집어든 뒤 느슨하게 풀어 그 사람 앞에 놓았다. 그리고 그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느슨해진 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 줄을 팽팽하게 매어놓으면 활은 부러지고 말지요. 그러면 연주가 필요한 때에 제대로 된 음을 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전 필요한 때에 훌륭한 연주를 할 수 있기 위해서 꼭 악기의 활을 느슨하게 해두는 시간을 가집니다. 당신이 보기에 제가 느림보 바보 같겠지만 지금은 더 나은 다음 연주를 위해서 잠시 줄을 느슨하게 풀어두는 시기입니다. 쉬지 못해서 악기를 부러트리는 진짜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리들은 쉼 없이 달리거나 속도를 내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하기 쉽다. 현대인들은 긴장된 삶을 살면서 느슨하고 느리게 사는 여유를 잊어가고 있다. 운전도 마찬가지이다. 시간에 쫓기고 맘이 바빠지면 안전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휴게소를 화장실 이용 만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즉 여유로운 운전보다는 쉼 없이 달리다가 생리현상만 해결하는 중간지점으로 휴게소를 사용한다는 것. 운전자들이 적절히 쉬고 재충전하면서 운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쉼 없이 달리기에만 익숙해져 있다는 증거이다.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처럼 쉼 없이 달리기만 하면 악기의 줄이 끊어지듯이 안전의 끈도 끊어지기 쉽다. 여유와 쉼, 느림의 미학이 운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 빠름만 추구하는 삭막한 도로가 생명존중과 안전이 피어나는 선진교통문화의 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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