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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국민의 첫째 머슴이다

등록일 2013-03-08 02:20 게재일 2013-03-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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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현 편집부국장

18세기 독일 연방국가였던 프로이센 프리드리히 대왕은 계몽주의 신봉자였다. 그리고 그는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에 열중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나의 국가에서는 모든 종교가 관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나의 나라에서는 각자의 멋에 따라 행복해 질 수 있다”며 통치권자로서 종교관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유 사상가를 존경하고, 신앙있는 사람을 조소하는 등 종교를 경외시 하는 시각을 가졌다. 그가 이렇게 이면적 사고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종교가 나라를 발전을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판단과 통치자로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는 군비를 증강했지만 `산업`도 장려해 프로이센 국가의 지위를 향상시켰으며, 오늘의 독일을 있게끔 초석을 다졌다. 그는 통치철학을 이렇게 강조했다. “군주는 국가의 첫째 머슴이다”그런데 그가 싫어한 것은 `기적`을 믿는 일이었다.

그와 대비되는 군주는 프랑스 부르봉 왕조 루이 14세다. 그는 국왕의 절대 전제적 권력을 휘둘렀던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십분 이용해 인간이 할 수 있는 전횡을 다했다. 국무를 처리할 때 왕의 `전단(傳單)`을 국가의 이름으로 간하는 자가 있을 때 그는 대답했다.“국가라니? 그것이 짐이야(L`Etat moi)”라는 말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 위치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권교체기에는 늘 그랬다. 하지만 권좌에 오른 이들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자신했지만, 매번 국민으로 부터 비판을 받으면서 물러나는 모양새가 돼왔다.

왜 이런 악순환이 이어지는 걸까.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를 보는 국민의 시각도 따사롭지는 않다. 신명나야 할 새 정부가 확정되지 않은 조직개편안으로 `동거 정부`니,`공백 정부`니 하는 별의별 소리가 다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행복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도전에 나서고자 한다” 등의 국정철학을 내놨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적 환심을 사는 구호나 정책,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현재 국가 분위기는 지역갈등, 경기침체, 고물가, 이익만 찾는 정치구조 등으로 국민정서가 피폐해 있다. 개개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이어서 자랑스럽다`는 말을 한 지 오래 전 일이다.

이런 정서가 만연하게 된 것은 국민을 대리한 통치권자의 책임이다. 이를 수정하고 변화시킬 책무는 대통령이 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 이익만 주장말고 힘을 모아달라`고 요구하기보다 차라리 자신이 `성실한 머슴이 되겠다`고 했으면 국민적 찬사를 받지 않았을까.

영국 최초 여성 총리였던 마거릿 대처는 취임사에서 “불화가 있는 곳에서 일치를, 잘못이 있는 곳에 진실을, 의심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가져야 한다”말했다. 퇴임한 그녀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여성지도자로 기억되는 것은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위한 성실한 `머슴`으로 직무를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는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직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머슴`으로 칭했고, 루이 14세는 자신을 머슴이 아니라 `짐`, 즉 `I am State`로 규정했다. 그 차이는 확연하다.

통치권자가 권력을 행세하면 국가는 혼란에 빠지고, 피해는 국민들이 입는다. 그러나 통치자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머슴`이란 자세를 취할 때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도 희망 속에 살 수 있다. 그리고 비문에도 난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영원한 `머슴`이었다고 적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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