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라는 돛만으로도 순항 할 줄 알았다. 원자력 르네상스의 순풍으로 기술이라는 돛만 있으면 원자력이라는 바다에서 누구보다 빨리 쾌속선처럼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리고 모두가 기뻐할 줄 알았다. 그러다 정작 가까운 곳을 놓치고 철 지난 감자처럼 타인에게 주름살만 보이고 말았다. 함께 가고 있다고 느꼈던 일이 나 혼자 빨리 가고자 함이 아니었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내가 주고 싶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정보)만 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 달라 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던 원자력 일꾼들의 의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 월성 원자력 1호기는 지금까지 닫혀있던 철옹성 같은 원전의 문을 활짝 열고, 그 문턱을 낮춰가고 있다. 현장 공개, 운전 운영정보 공유 등 안심 소통방안을 내 놓고, 지역주민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길을 만들고 있다. 이장협의회, 발전협의회 등 주민을 대표하는 분들과 만남을 가졌던 방식을 탈피, 주민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 원전의 안정성과 현안을 함께 고민한다. 그리고 원전 운영 정보를 주민 모두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원자력 아카데미(2~3개월 과정)`프로그램을 개발, 시민을 대상으로 원자력에 대한 이해도를 증진시켜 나갈 것이다.
빨리 가기 위해 혼자 했던 일들을 이제는 멀리가기 위해 함께 가자는 것이다. 문턱을 낮추니 비로소 거인의 어깨가 보인다. 지역민과 국민의 어깨가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내가 남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 뉴턴의 말처럼, 원자력 기술과 함께 주민(국민)의 신뢰가 원자력인에게 거인의 어깨다. 낮추면 비로소 보이는 국민의 신뢰라는 신연료를 재 장전하고 원자력 제 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