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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은 나무의 생이다

등록일 2013-02-22 00:02 게재일 2013-02-22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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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 철
나무의 생각이 그늘을 만든다

그늘을 넓히고 좁히는 것은 나무의 생각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잡아당겨도 나무는

나무가 벋고 싶은 곳으로 가서 그늘을 만든다

그늘은 일하다가 쉬는 나무의 자리다

길을 아는가 물으면 대답하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만 가서 제 지닌 만큼의 자유를 심으면서

나무는 가지와 잎의 생각을 따라 그늘을 만든다

수피 속으로 난 길은 숨은 길이어서 나무는

나무 혼자만 걸어 다니는 길을 안다

가지가 펴놓은 수평 아래 아이들이 와서 놀면

나무는 잎을 내려 보내 아이들과 함께 논다

가로와 세로로 짜 늘인 넓은 그늘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다

그늘은 나무의 생각이라는 독특한 발상에서 이 시는 시작된다. 생명감으로 충일한 아이들을 위해서 잎새를 내려 시원하고 맑은 그늘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삶의 무게에 찌들린 사람들을 위해 시원하고 신선한 쉼터로서의 그늘을 내 준다. 묵묵부답 말이 없는 나무는 세상의 이치를 궁구해서 이렇듯 적절히 그늘을 마련해서 내민다. 비록 자연물이지만 이 얼마나 그윽한 생의 깊이인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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