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모전동 아파트단지 앞 등 시가지 한복판 4곳에 버젓이<br>한전·市, 전주 지중화사업 벌이면서 탑 이전은 외면 `원성`
【문경】 “15만 4천V 고압전류가 흐르는 높이 50여m짜리 대형 송전탑은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 피해 우려와 도시미관 등의 이유로 어린이 놀이터나 주택가 한복판에는 설치할 수 없습니다”
다른 기관도 아닌 한국전력공사측의 공식 입장이지만 문경시에는 한전의 입장과 정반대 현장이 있다.
각종 관공서가 밀집돼 있는 모전동 신시가지의 아파트단지 코앞과 심지어 어린이 놀이터 한복판에까지 이 같은 송전탑이 무려 4개나 설치돼 있다.
문경시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25년 전인 1988년 상주~점촌 간 송전선로(15만 4천V) 대형 철탑(50m) 4개를 이곳에 설치했다. 당시 이곳은 논ㆍ밭이어서 한전측이 땅주인과의 계약을 통해 지상권사용료를 주고 별 논란 없이 설치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이 철탑을 중심으로 문경시청ㆍ경찰서ㆍ선거관리위원회, 산림조합 등 공공기관과 아파트단지, 상가들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문경 최대의 중심지가 됐다.
고압선에서 발생하는 전자기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소아백혈병 발병 가능성이 두 배 증가한다는 영국 국립방사능방호위원회의 최근 발표 등 송전탑은 그동안 건강 유해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송전탑의 피해가 직접적으로 미칠 수 있는 500m 반경 안에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아파트 2천세대와 관공서들이 밀집돼 있어 초ㆍ중ㆍ고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게다가 철탑 바로 밑에까지 어린이놀이터와 어린이집 등 각종 유아시설이 들어서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가는 상황.
또 워낙 대형 철탑이라 도시미관 훼손뿐 아니라 지가 하락으로 인한 재산 피해, 고도제한으로 인한 개발행위 제한 등도 주민들의 불안을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다.
모전동 주민들은 “2006년부터 주민들이 송전탑 이전을 한전과 문경시에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아무 반응도 없을뿐더러 고압전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좋지 않게 될까봐 늘 걱정”이라며 “도시미관을 해치는 만큼 2015년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리기 전에는 이전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전측이 밝힌 송전탑 1개당 이전비용은 3억여원으로 총 4개 송전탑을 이전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12억원 정도다.
그러나 한전과 문경시는 올해 시가지 정비차원으로 총사업비 220억원을 들여 모전동~흥덕동 2.6km구간의 전주를 지중화하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 곳 송전탑 이전은 포함시키지 않았다.
박정호 한국전력공사 문경지사장은 “주민건강과 2015세계군인체육대회를 앞두고 시가지 정비 차원에서라도 이전이 시급하다는 주민 주장은 공감하지만 내부 예산문제 때문에 현재로선 이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승식기자 shin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