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순 선
거대한 브러쉬가 돌아가는데
아파트 공터
무궁화 담장 위로 솟아오르는
하얀 배드민턴 공
비누거품을 씻어내려고
또다시 물을 뿌리는데
내려갔던 공
고개 돌려 다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라
하얀 깃털을 활짝 펴고
바람으로 물기를 날리고
접었던 백미러를 펴는데
급히 오르던 공
하얀 속옷을 펼치며 내려가고
차선으로 접어들려 핸들을 돌리는데
공이 오가는 거리
나와 나 사이
햇살에 반짝이고
자동세차장에 들어가 차에 앉은 채, 바로 옆 아파트 공터에서 누군가가 치는 배드민턴 하얀 공이 튀어오르는 풍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물을 뿌리며 차를 닦는 브러쉬는 돌아가고. 센 바람이 풍겨나와 차를 말리는 자동세차의 공간에서 목격하는 자연스럽고 평화스런 한 풍경이 시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따스한 햇살이 반짝이는 풍경이어서 더욱 그럴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