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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송별

등록일 2013-02-12 00:16 게재일 2013-0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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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상 현
폐차장에서 너를 보았다

찌그러지고 뭉개진 너를

쪼그라들고 망가진 내가 보았다

폐차장 한쪽에서

너는 빈껍데기인 채로 비를 맞고 있었다

십년도 넘게 동거 동락했던 너를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아 갈이 없어

더는 갈 수 없었던 곳까지 함께 했던 너를

그리도 쉽게 잊고

이제는 버림받아 이름표까지 뜯긴 너를

무심하게 바라보는

첫사랑의 기억마저 폐기처분한 나를

너는 용서할 수가 있겠느냐

닦고 어루만지던 첫사랑의 애무를

이제는 잊어다오

나는 너의 단단한 외피처럼 굳세지가 않구나

오랜 세월을 타고 다녔던 자기의 승용차를 폐차시키고 이제는 번호판도 떼어지고 온기도 남아있지 않는 고철덩어리 폐차를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정들었던 차에 있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첫사랑의 그 설레임과 달콤함도 이제는 다 식고 변해서 가만히 몸도 마음도 늙어가는 자신을 처지를 들여다보며 회한에 젖어있다. 인생, 쌩쌩 소리내며 힘차게 질주하던 때도 있었지만 언젠가는 저 폐차처럼 쓸쓸히 지워져가는 것이리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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