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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등록일 2013-02-08 00:40 게재일 2013-02-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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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혁 웅
어머니에게 목디스크가 왔다 하필이면 오른손에 왔다

새벽기도 20년 만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깜깜 어둠이 악수를 건네려는 건지

사방이 인적 끊긴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단풍놀이 가는 버스 안에서 막춤을 출 수도

고스톱 치며 상대가 싼 거 먹을 때

마음의 박수를 대신해서 따귀소리를 올려붙일 수도 없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목디스크가 왔다

행주 잡은 손으로 콘센트를 뽑은 것처럼

스치기만 해도 저릿저릿하다고 한다

처음 집 앞 놀이터로 아버지가 찾아왔던

57년 전과 똑같다고, 그때 스친 손끝 같다고 한다

다소곳한 고개를 다시 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첫사랑. 그 얼마나 고귀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인가. 목디스크가 와서 여러 가지가 불편해진 어머니를 통해 57년 전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던 어머니의 첫사랑을 가만히 들춰보는 시인의 가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나가버린 먼 시간의 언덕 너머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첫사랑이 있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시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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