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혁 웅
새벽기도 20년 만에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되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고 깜깜 어둠이 악수를 건네려는 건지
사방이 인적 끊긴 놀이터가 되었다
이제 단풍놀이 가는 버스 안에서 막춤을 출 수도
고스톱 치며 상대가 싼 거 먹을 때
마음의 박수를 대신해서 따귀소리를 올려붙일 수도 없게 되었다
어머니에게 목디스크가 왔다
행주 잡은 손으로 콘센트를 뽑은 것처럼
스치기만 해도 저릿저릿하다고 한다
처음 집 앞 놀이터로 아버지가 찾아왔던
57년 전과 똑같다고, 그때 스친 손끝 같다고 한다
다소곳한 고개를 다시 들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첫사랑. 그 얼마나 고귀하고 깨끗한 아름다움인가. 목디스크가 와서 여러 가지가 불편해진 어머니를 통해 57년 전 처음으로 아버지를 만났던 어머니의 첫사랑을 가만히 들춰보는 시인의 가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고 있다. 우리에게도 지나가버린 먼 시간의 언덕 너머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첫사랑이 있었다. 따스하고 아름다운 첫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시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