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국민들은 제한송전으로 인한 불편을 겪어야 했으며, 공업사회에서 전력의 필요성은 절실했다. 이에 1970년 원자력발전소 공급계약을 발효하고, 1978년 대한민국 최초의 원전 고리1호기가 국민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공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조국 근대화에 이바지했으며, 국민들도 세계에서 가장 싸고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어떠한가? 대한민국의 원자력발전소 이용률은 세계평균보다 훨씬 높아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34년간의 원전운영 능력과 노하우로 원전기술 자립에도 성공했다. UAE 원전 수출의 성공으로 대한민국 원자력기술은 세계인들로부터 인정받았으며, 원자로 및 연구용 원자로도 수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한껏 높였다.
그러던 중 최근 일련의 발전 정지사태가 언론과 국민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언론은 방사능 누출이나 원전의 폭발과 같은 민감한 주제로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를 그대로 수용해 원전의 추가건설 및 원전수명연장에 반대하거나 심지어 폐쇄를 주장하기도 한다. 더구나 고장과 사고는 분명히 다른 의미이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고장과 사고는 같은 것으로 오인한다.
과연 국민들의 기대를 업고 상업운전을 했던 원자력 발전, 대한민국의 근대화에 이바지한 원자력 발전이 갖은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다. 오히려 칭찬을 받아야 한다. 일련의 발전 정지는 원전설계의 건전성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부품의 고장으로 인한 원전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각종 센서와 경보에 의해 원자력발전소가 안전하게 스스로 정지해 체르노빌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같은 원자력 강국에서도 대형 원자력사고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는 23기를 상업운전하면서도 단 한 번의 대형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국가와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하게 운영하는데 비난이 웬말인가?
최근 원자력발전소 5기가 발전 정지되면서 예비전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만약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다시 1960년대처럼 제한송전의 불편함을 겪어야 하고, 대한민국을 발전시킨 경제기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은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원하고, 쇠퇴하는 대한민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발전의 비중이 높은 공기업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한 몸 불사를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들도 각자 가족과 가정이 있고, 가정과 가족이 한 단위로 묶이면 국민이 되고, 국민이 있기에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음지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건전한 대다수의 원자력인들에게 온 국민의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