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재 순
참을 수 없는 가려움
겨울이 어서 가길 학수고대하면서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등은 멀기만 하고
등이 가려울 때마다
살아가고 있는가
사라지고 있는가
시무룩해져 간다
삶은 연명이야
등이 가려워지기 시작하면서
볼혹인가, 부록인가 시달리게 되었고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해
더디 오는 봄에 대해 골몰하게 되고
이게 삶이냐고
치워라, 손!
숱한 가려움의 나날이 삶이라고
치워라, 몸!
등이 가렵다고 말하는 시인의 속내는 등이 가려운 것보다, 힘겹고 지난한 한 생을 지겨워하고 있다. 불혹의 나이, 아니, 어쩌면 누구의 부록 같이 살아온 삶일지 모른다는데 생각이 이르고 있다. 가까이 있지만 닿을 수 없는 생의 목표랄까 행복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생각을 더디오는 봄으로 여기면서, 숱한 가려움으로 다가오는 나날에 대해 시인은 쓸쓸한 속내를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