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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등록일 2013-01-09 00:11 게재일 2013-0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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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찬겸울산시 중구 남외동
물을 마시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물을 남겨 놓아야 한다. 그 한 바가지의 물이 없으면 힘겨운 펌프질을 수없이 해야 한다. 제일 가까이에 있는 물을 찾아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의 주둥이에다 한 입 가득 채워 준다. 이젠 펌프질이 힘들어도 즐겁기만 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물은 여름날 마른 논에 물 대듯 콸콸 쏟아져 나온다. 그 때의 기쁨이란… 60~70년 대 공동 우물가 주변에서 많이 보았던 풍경이다. 이제는 아련한 추억의 한 장면이지만 그 때는 이런 모든 게 힘겨운 나날들이었다.

이제는 수도꼭지만 돌리면 원하는 만큼의 물을 언제든 사용하게 됐고, 마중물도 내 주변에서 하나 둘 사라져 갔다. 이제는 누군가를 아련히 기다리는 마음으로, 때론 다음을 기약하는 준비하는 자세로 남아있다.

원자력이 마중물이라면 어떨까, 너무 생뚱맞은 반전인가. 지금 우리는 다가올 차세대 에너지원 맞이를 위해 한 바가지의 물을 남겨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 여유로운 물의, 아니 전기의 향연을 넘겨줄 수 있다. 우리가 누리는 만큼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자락들을 메꾸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더욱 안전하고 완벽한 설비와 문화를 갖추도록 원자력의 르네상스를 다시금 일구어 내야 한다. 제 살을 깎는 아픔일지라도 그게 원자력의 허물이었다면, 다시 한 번 뱀이 허물을 벗듯 2013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재생(부흥)의 의미를 가진 뱀의 해(계사년)를 맞아 용의 해(임진년)의 허물을 모두 벗어 던지고 다시 한 번 굳건히 일어설 때다. 뱀은 허물을 벗는 동안 눈이 먼다고 한다. 지난 임진년, 원자력의 허물이 벗겨지는 동안 우리 원자력계는 앞도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지난(至難)한 날들을 보냈다. 지난해의 허물이 우리 원자력이 다시금 일어설 수 있게 만든 힘든 마중물이었다면, 이제 우리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 산업의 원대한 꿈을 맞이할 깨끗한 마중물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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