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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

등록일 2013-01-09 00:11 게재일 2013-01-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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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효 서
네모 상자 속 엄마의 유품인 반지 하나

어둠에 묻혀있다

뚜껑 열자 그녀의 닳고 가녀린 몸

스며드는 한 줌 햇살 껴안는다

시간들이 멈춰 버린 곳

층층이 쌓인 고요가

허공의 먼지처럼 쓸쓸하다

늘 분주했을 일상들

손마디 안쪽 삶이 전부인 듯

언제나 종종걸음이었을 어머니

레일처럼 일정한 간격이 내 흔적들은

지문처럼 닳고 환한 동그라미 하나 그린다

대합실 막차 기다리는 촌부처럼

손마디 밖에서 서성이는

그녀의 멈춘 일상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꼭 맞는 노란 반지

낡은 옷 걸치듯 편한 그녀와의 동행

어머니가 끼시다 유품으로 남긴 반지 하나. 어머니의 한 생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그 반지를 껴보며 시인은 어머니의 시간들을 느끼고 있다. 오직 가족들을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 일관해온 어머니의 삶을 `손마디 안쪽 삶이 전부였다`고 표현하는 시인은 어머니의 멈춘 일상 속으로, 그 아픈 시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것이 이 땅의 어머니들의 삶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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