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효 서
어둠에 묻혀있다
뚜껑 열자 그녀의 닳고 가녀린 몸
스며드는 한 줌 햇살 껴안는다
시간들이 멈춰 버린 곳
층층이 쌓인 고요가
허공의 먼지처럼 쓸쓸하다
늘 분주했을 일상들
손마디 안쪽 삶이 전부인 듯
언제나 종종걸음이었을 어머니
레일처럼 일정한 간격이 내 흔적들은
지문처럼 닳고 환한 동그라미 하나 그린다
대합실 막차 기다리는 촌부처럼
손마디 밖에서 서성이는
그녀의 멈춘 일상 속으로
내가 들어간다 꼭 맞는 노란 반지
낡은 옷 걸치듯 편한 그녀와의 동행
어머니가 끼시다 유품으로 남긴 반지 하나. 어머니의 한 생이 고스란히 스며있는 그 반지를 껴보며 시인은 어머니의 시간들을 느끼고 있다. 오직 가족들을 위한 희생과 헌신으로 일관해온 어머니의 삶을 `손마디 안쪽 삶이 전부였다`고 표현하는 시인은 어머니의 멈춘 일상 속으로, 그 아픈 시간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서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것이 이 땅의 어머니들의 삶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