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 숙
어디로 가야할 지 아스팔트 위에 우왕좌왕
바퀴에 깔려 온몸이 으스러진다
흰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날아올라
검은 바닥에 컥 고꾸라져 쳐 박히고
작은 구덩으로 몸을 피하기도 한다
숨돌릴 틈도 없이 후려 내친다
바람에 쓸려 추위에 웅크린 늙은 이파리 하나
하늘 향해 마지막 숨구멍을 연다
보드라운 흙내를 그리워하며
그들은
시멘트 하수관으로 몸을 섞는다
한 때 푸르른 이파리로 햇빛에 빛나고, 바람에 흔들리며 한껏 생명의 아름다움을 발산했던 이파리, 이제는 바람에 쓸려 추위에 웅크린 늙은 이파리가 차가운 빗물에 젖고 있다. 끝내는 그 빗물과 함께 시멘트 하수관 속으로 휩쓸려들고 말 것이다. 시인은 그리 주목받을 것 없는 평범한 한 풍경 속에서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고 우리에게 툭 건네고 있다. 지난 시절 청춘의 시간 그렇게 빛나고 아름다웠던 우리네 한 생도 결국은 떨어져 뒹구는 낙엽처럼 그렇게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