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이나 사회적 이목을 끄는 범죄를 척척 해결하는 경찰의 수사력을 접할 때마다 속으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못 잡을 것 같던, 달아난 범인을 붙잡고, 장기 미제사건이 되는 게 아닌 가 싶던 사건도 어느날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이 긴급뉴스로 전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자매를 성폭행한 혐의로 붙잡혀 조사를 받다 수갑을 찬 채 달아난 사건만 해도 그렇다.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불안에 떨게 했던 범인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도주 6일만에 붙잡혔다. 검거당시 전과 9범인 범인은 강력하게 저항했지만 격투 끝에 붙잡혔다고 한다. 다친 경찰관과 추가범죄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수사업무 기피분위기와 범죄 발생이 갈수록 늘어나는 여건 속에서도 경찰의 범인 검거율과 사건해결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의 치안이 이 정도인 것은 경찰의 노고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 생겨 경찰에 신고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의 소위 민생 치안 만족도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생각된다. 특히 도난 사건이나 피해액이 크지 않은 사건의 경우 경찰에 신고를 해본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 사이엔 괜히 헛수고만 했다는, 안 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 회사주변에 있는 식당에 갔다가 장사가 끝난 새벽 시간대에 도둑이 들어 50인치 벽걸이 TV를 훔쳐갔다는 이야기를 주인에게서 들었다. 고개를 돌려 걸려있는 TV를 보니 전에 있던 TV는 사라지고, 크기가 훨씬 작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은 도둑이 리모컨은 물론 고정 볼트하나 빼놓지 않고 몽땅 챙겨갔다며 도둑의 간 큰 범행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인은 수년간 식당을 운영하면서 벽걸이 TV를 도난 당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식당의 벽걸이 TV 도난피해는 포항 지역만도 몇 군데가 된다고 한다.
주인은 경찰의 사무적인 신고접수와 한 번 다녀 가고는 그걸로 의무를 다한 듯한 사건 처리과정에 속이 좀 상한 것 같았다. 주인은 “경찰이 아니라 경리 같았다”며 도난 신고를 대하는 경찰의 무심한 태도를 꼬집었다. 필자도 수년전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산지 얼마 안된 차량 지붕이 아이들 발자국과 함께 군데군데 쑥 내려 앉아 있어 너무 황당하고 속상한 마음에 경찰에 신고한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고, 피해사실을 확인한 뒤 돌아갔다. 경찰이 보고 갔으니 못된 짓을 한 아이들이 잡힐 것 같은 기대감도 마음속에 생겼다. 곧 이어 관할 파출소에 출두해 피해 진술을 하라는 연락을 받고, 파출소를 찾아갔다. 며칠 뒤에는 피해견적서를 제출하라는 말에 정비소로부터 받은 견적서를 팩스로 보냈다. 회사일도 바쁜데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차량을 훼손한 아이들을 못 잡으면 모든 게 헛수고 인데, 신고를 괜히 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 이후 경찰로부터 신고결과에 대해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경찰에 대해 안 좋은 추억만 갖게 됐다. 피해 금액이 적은 사건이라고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처리하는가 싶어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경찰에 대한 불신과 신고기피를 막기 위해서라도 민생과 관련된 작은 사건신고에 대해서도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사후 결과를 알려주는 서비스가 아쉬웠다. 때마침 어려운 경제 여건속에서도 박근혜 당선인의 차기정부가 경찰인력을 2만명 증원한다고 한다. 작은 민생 사건도 꼼꼼히 챙기는 경찰도 그만큼 늘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