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용 악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어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눈 내리는 북방의 산악 지대를 달리는 열차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다를 바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시인은 눈 내리는 고향에 그리움의 심정을 아주 단순하고 쉬운 독백의 형식을 빌려 절실하게 내뱉고 있다. 어쩌자고 잠을 깨어 사무치게 그리운 고향의 모습을 떠올리는가에 서린 시인의 진솔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