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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몽(胎夢)

등록일 2012-12-31 00:07 게재일 2012-12-3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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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부 희
계절을 타는 줄만 알았습니다

아는 병(病) 같다는 안집할머니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손님인줄 알았습니다

나른하게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예쁜 접시에 탐스럽고 먹음직스런

복숭아 두 알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측은한 눈길이 어서 먹어보라고

다정하게 재촉합니다

그 계절의 고통은 평생 기쁨이었습니다

퉁명스런 여의사의 불친절도

가슴 뛰는 기쁨이었습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할 줄 모르는

의사도 용서가 되었습니다

한 생명이 생겨나는 거룩한 일은 태몽 같은 신호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옛 어른들은 느낌과 감각으로 혹은 어떤 신비로운 기운이나 힘에 의해 태기를 알아차린다고 한다. 퉁명스런 여의사의 불친절 마저도 가슴 뛰는 기쁨이고, 누구에게서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평생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으리라. 그렇게 태어난 것이 우리 인생들인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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