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 희
아는 병(病) 같다는 안집할머니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오는
손님인줄 알았습니다
나른하게 설핏 잠이 들었습니다
예쁜 접시에 탐스럽고 먹음직스런
복숭아 두 알이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측은한 눈길이 어서 먹어보라고
다정하게 재촉합니다
그 계절의 고통은 평생 기쁨이었습니다
퉁명스런 여의사의 불친절도
가슴 뛰는 기쁨이었습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그렇게 표현할 줄 모르는
의사도 용서가 되었습니다
한 생명이 생겨나는 거룩한 일은 태몽 같은 신호로 다가오는 것이리라.
옛 어른들은 느낌과 감각으로 혹은 어떤 신비로운 기운이나 힘에 의해 태기를 알아차린다고 한다. 퉁명스런 여의사의 불친절 마저도 가슴 뛰는 기쁨이고, 누구에게서 축하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하더라도 평생의 가장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으리라. 그렇게 태어난 것이 우리 인생들인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