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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피던 날

등록일 2012-12-28 00:52 게재일 2012-12-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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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명 현
진달래 붉은 기운 토해낼 때

당신은 아셨을까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아내 벚꽃구경을 보내놓고

진달래 한 아름 꺾어다 항아리에 치장하고

아내 기다리며 밭고랑 이불처럼 곱게 개어 놓으시고

마지막 이승의 밥술 딱딱하여 넘어나 갔을까

살포시 마지막 수저 놓고 먼 길 떠나실 때

목숨보다 더 아끼던 아내 눈에 밟히어

이승의 부질없는 껍질들 훌훌 벗으시고

땅거미 지는 저녁노을 따라

먼 길 휘적휘적 떠나셨네

진달래꽃 붉게 피어나던 날 먼 길 서역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시인의 눈도 가슴도 젖어있다. 아픔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던 시대를 온 몸으로 살아오신 아버지. 그 질곡의 터널과 강을 건너 수많은 상처를 품고 먼 길 휘적휘적 떠나신 아버지. 우리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이 이런 거칠고 팍팍한 길을 걸어오신 것이다. 그리고 쓸쓸하게 진달래꽃그늘에 묻혀 한 생을 마감하고 떠나시는 것이다. 경건하게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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