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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깨달아야 할 `식신생재`(食神生財)

등록일 2012-12-28 00:52 게재일 2012-12-2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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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광순 제2사회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팔자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는 재물일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돈이 어떻게 사람의 팔자를 좌우하는가에 대한 해답은 명리학(命理學) 용어 가운데 식신생재(食神生財)라는 말에 있다.

식신은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먹이는 기질을 가리키는 것으로 상대방이 맛있게 먹는 모습만을 보더라도 이를 흐뭇하게 받아들일 정도로 부자들은 곧잘 실천에 옮기곤 한다. 주변에 많은 인심을 베풀면 언젠가 돈은 저절로 따라붙는다는 것을 그들이 먼저 깨달은 것이다.

지난 5월 말 안동 세영건설 본사 사옥에서 대구의 한 하청 업자가 온몸에 휘발유를 끼얹은 채 분신을 시도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에도 공사장 인부들이 시너를 소지하고 이 회사 사옥에 난입하는 등 유사한 사건이 재차 발생했다.

지난 9월에도 50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간 한 인부는 망치로 크레인을 두드리며 6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앞서 2010년에는 50대 남성이 `스머프` 만화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온몸에 페인트를 뒤집어 쓴 채 이 회사 사옥에 난입하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세영건설 주위에 잇따라 발생하고 있을까. 모두 공사대금이나 체불임금 지급 등을 요구하는 영세한 하도급업자들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하도급 업체에 임금체불을 `식은 죽 먹기` 식으로 하는 기업으로 소문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영건설에게 `배려`는 없는 듯하다. 이 같은 사업 행태를 두고 지역 여론이 곱지 않음에도 기업경영의 윤리성을 외면한 채 오로지 법리적 해석만을 내세우고 있다.

일명 `꺽기 결제` 등 하도급 업체에 자금줄을 말리는 사례는 이미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급기야 `세영건설 피해자모임` 이라는 인터넷 카페가 등장할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검찰은 최근 사기·횡령·부당 대출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세영건설 대표에 대해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했고, 곧 사법부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만인 앞에 공평한 법도 사람이 만든 것이다. 순리를 외면한 채 사회 약자들에게 언제까지 법리만을 내세울 것인지, 세영건설이 명리학의 `식신생재`를 깨달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gskwo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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