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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가정이란

등록일 2012-12-21 00:10 게재일 2012-12-21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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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원락경주청하요양병원장·수필가
세상살이에서 성공하려면 가족 모두가 한 곳으로 엄청난 정력을 지속적으로 쏟아 부어야 한다고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가족관계는 자연스런 것으로서 공동 노력의 목표가 있지 않다. 합심하여 일부러 정신적 노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는 알고 있다. 각자가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 될 뿐이다.

역사에서 보면 사회에 여러 사회제도를 도입해 보았으나 어느 나라도 가족제도를 다른 제도로 대체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던 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왠지 가족이 속수무책으로 해체돼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는 이혼율이 50%가 넘고 상당수의 아이들이 편모슬하나 입양아로, 또는 사회 조직에서 자란다고 한다. 그곳에는 이런 현실을 비극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경제적 변화에 걸맞게 새로운 형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가정은 무용지물이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나, 가족상은 아무리 사회가 변해도 고정불변이라는 주장은 둘 다 모두 모순이 있는 것 같다.

가정은 성이 다른 두 어른이 결합해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자식에 대한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곳이다. 정이 메마르고 경쟁이 계속되는 세상에서 따사롭고 포근한 위로의 안식처가 바로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 가정이란 사람들이 하루 중에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잘 조절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가정은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구성됐으므로 물질적 욕구만 충족시키면 저절로 굴러 갈 것이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가정에서는 사랑이 공통분모가 돼있고 방어의식이나 경쟁심 같은 것도 없이 편안하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우에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처럼 즐겁지는 않지만 혼자 때처럼 정서가 가라앉거나 죽을 맛도 아니다. 가정이란 자신의 감정을 이렇다 할 부담 없이 표현할 수 있는 곳이다. 의외로 가정에서 학대나 폭력이 많은 것도 감정 표출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은 따뜻한 음식, 신체적 보살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의 확보, 상호간의 삶의 목표에 관심을 가져주는 정신적 힘 등으로 결속돼 있다. 직장 등 밖에서 행하는 활동에 대해서는 우리가 특별한 노력을 해서 집중하지만 가정에 오면 반대로 편안하여 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 간에는 충분히 물질을 갖추고 있어도 사고방식, 가치관, 꿈 등을 서로 공유하지 못하면 가정의 가치는 명목상으로만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때에는 정신적 공감대는 아주 낮은 수준에 놓여 있는 상태다.

그러나 가정에서도 예를 들어 부부 모두 문학을 사랑한다든지, 같이 마라톤을 하는 것, 정원 가꾸기, 개 키우기 등으로 함께 몰입하는 경험이 가능할 때, 즉 서로의 관심을 모을 때 쉽게 집중할 수 있다.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또 집중은 어머니가 육아에 정성을 쏟을 때도 가능하다. 자식과 함께 공부할 때, 같이 쿠키를 만들거나 책을 읽을 때 등에서도 깊이 빠져들 수 있다. 자녀의 관심이 있는 곳이나 자식이 무슨 일을 좋아 하는가 등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할 때에는 집중이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독립성을 일찍부터 훈련시킨다. 그러나 너무 일찍 독립을 하면 심리적으로 불안해 방어적으로 변한다. 인생살이가 복잡할수록 가정에 의존하는 시간은 많아야 한다. 가정은 보호막도 되고, 또 적절한 자극을 주는 세밀하고도 따뜻한 관계로 되어 있어야 한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정성을 기울여야 가정이라는 틀을 좋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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