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동해안 겨울 별미 여행<br>`쫄깃쫄깃` 포항 과메기·`담백` 영덕, 울진 대게 인기 <br> 해안선 따라 미식거리 집중… 여행 마니아들 자극
겨울여행 하면 `바다`, 바다 하면 동해안을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경주에서 포항·영덕을 거쳐 울진까지 경북동해안은 굽이굽이 428km나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선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여행상품이다.
하지만 겨울의 경북동해안이 여행 마니아들을 자극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겨울의 맛`. 과메기·대게·전복·곰치 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을 돌게 하는 별미들이 즐비하다.
특히 경북 해안지방에는 해안선을 따라 이들 미식거리가 집중돼 있어 미식 기행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우선 포항을 찾으면 겨울 햇살에 꾸들꾸들 말라가는 쫄깃쫄깃 고소한 과메기가 기다리고 지척 경주에서는 청정 동해의 짭쪼하고 싱싱한 참전복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고소한 대게 찌는 냄새는 포항에서 영덕, 울진까지 진동한다. 그 해안선 군데군데 숨어 있는 겨울 별미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다. 경북동해안이 `겨울 미식 기행의 1번지`로 불리는 이유다.
◇고소한 대게 찌는 냄새
진동하는 경북동해안
포항과 울진·영덕의 포구는 지금 대게로 들썩이고 있다.
대게 어획은 원래 11월부터 허용되지만 어민들은 상품성을 위해 대게의 살이 오르기 시작하는 매년 12월 10일께부터 조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모든 해산물이 그렇듯이 건강식으로 좋지만 대게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 기능 강화와 생체리듬 조절, 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잘 쪄낸 대게의 속살을 씹으면 달착지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감도는데 이는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인 글리신·알라니·글리신베타인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아노신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는 일반적으로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 아주 좋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라 소화가 잘 된다. `게 먹고 체한 사람 없다`는 옛말도 그 때문이다.
잘 알려진 대로 대게는 몸통에서 뻗어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한문으로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박달대게`도 이때 맛볼 수 있다.
생산량이 경북동해안에 집중되고 전국으로 팔려나가다 보니 포항과 영덕·울진 등 대게잡이를 하는 지자체들 사이에서 매년 `원조` 경쟁이 치열할 정도다.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게로 유명한 울진의 죽변·후포항, 영덕의 강구항, 포항의 구룡포 항, 경주의 감포 등에서는 많은 음식점이 대게를 쪄내느라 하루 종일 하얀 김을 뿜어대고 있다.
대게는 평소 노란 분홍빛이 돌지만 쪄놓으면 껍질은 주홍색, 배는 흰색에 가까워진다. 러시아산은 대게 껍질에 하얀 반점의 석회가 붙어 있다. 북한산은 국산보다 약간 검은 빛을 띈다.
대게 시즌이 절정에 달하는 매년 1·2월이면 경북동해안 곳곳에서는 대게 축제가 열린다.
◇전라도엔 홍어, 경상도엔 과메기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에는 과메기가 있다. 과메기는 이제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포항의 명물이다.
과메기는 손질하지 않고 통으로 말린 `통마리`와 대가리·내장을 발라낸 `배지기`두 종류로 나뉜다.
과메기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짚으로 꼬아 말린 통마리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을 위한 개발된 배지기가 상품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람이 적당히 불어 잘 말린 것은 칼로 발라낸 뼈 쪽의 골이 선명하고 색깔이 불그스름하다. 바람이 모자라면 뼈 쪽 능선이 평평하고 색깔도 노르스름해진다. 결과적으로 덜 꼬들꼬들하다.
과메기 집산지인 구룡포는 지금, 해변을 따라 빨래처럼 널린 꽁치가 장관이다.
과메기 맛을 결정하는 것은 날씨. 어떤 날씨, 어떤 바람에 말리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짭조름한 영일만의 해풍과 산을 타고 내려오는 하늬바람이 비리지 않고 고소한 포항의 과메기 맛을 만들어낸다.
◇내장에 알까지 먹는 물곰과
달큰한 문어
경북의 겨울 바다에 왔다가 대게나 과메기만 먹었다면 섭섭하다. 올 겨울에는 나의 겨울 별미 목록에 새로운 겨울 별미 하나 추가해보는 건 어떨까.
추천할 만한 메뉴는 곰치(물곰). 이즈음엔 대게와 더불어 싱싱한 곰치(물곰)국을 별미로 맛볼 수 있다. 밤샘작업을 한 뱃사람들이 아침 해장국으로 먹던 곰치국은 `물곰탕`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다. 시원한 국물맛에 겨우내 추위에 꼬였던 창자가 기지개를 켠다.
곰치는 동해안에서 고루 잡히지만 울진 근해에서 잡히는 것은 크고 맛있어 몸값도 비싸다. 머리와 껍질, 내장·등뼈·알 등이 버릴 것 하나 없이 모두 탕 재료에 들어간다. 회로 먹어도 별미다.
문어는 사계절 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은 겨울이 최고다. 초겨울부터 음력 3월에 잡히는 문어는 달큰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최승희기자
shcho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