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 식
눈 펑펑 내리거나
제 살 밤새도록 삭인 보름게
삭신 후줄근해져서 떠나거나
외상장부 들고 쉰 목소리로 나대는
기실댁 몰래 눈치껏 항구를 빠져나온
채낚기 어선들 불 밝히기 시작했거나
오호츠크 해에서 청진 원산을 지나온
명태 떼 헤매는
도무지 섬이 보이지 않는 바다
닻줄 끌어매 애달픈 가슴 풀지만
등 시린 바람 피할 데 없는
달도 새벽 이울 녘까지 뒤척이다가
푸석한 얼굴로 깨어나는
외진 항구 축산
눈 펑펑 내리면 모두 불러 둘러앉혀
술잔 권하고 노래로 다독인다
영덕대게의 원조마을이라고 불리우는 경정마을 산굽이를 틀면 죽도산 아래 조그마한 항구가 나온다. 바로 축산항이다. 물가재미 회가 일품이기도 한 이 작은 항구에서 시인은 질긴 고립과 단절의 느낌을 풀어내고 있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바다라고 말할 만큼 흉어의 바다가 원시의 몸짓으로 뒤척이고 있는 것이다. 건져 올릴 것 별로 없는 감감한 바다에서 사람도 마을도 고립되고, 한 때 풍어의 상징이었던 축산항도 참으로 쓸쓸한 섬으로 돌아앉은 풍경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