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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을 빚으며

등록일 2012-12-18 00:12 게재일 2012-12-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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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복
향기 없는 꽃

이슬도 담지 못하는 꽃

느낌으로 만족해야할 숙명인 것을

연분홍과 보랏빛

붉고 잔인한 주홍

너는 누구의 씨앗인지 몰라 황량한 가을

울면서 방황일 때도 있었노라

죽지 못하여 살아있어야 했고

영혼이 살아 있어도 죽은 것이었다

연잎을 길러내려는 손끝이

내 영혼의 씨방인 것을 이제 말해주마

세상의 수많은 꽃보다 무향의 널 사랑한다

뜨거운 여름의 뒷자락에서 피어나기 시작해 이른 가을의 첫머리까지 곱게 꽃피우는 연꽃을 바라보며 시인의 인식은 무향의 그 꽃이 피어나기까지 힘들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있다. 연잎을 길러내려는 손끝이 내 영혼의 씨방이라고 인식하는 시인은 아름다움 그 눈부심 뒤에서 그 눈부심을 떠받쳐주는 보이지 않는 손을 찬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의 희생과 정성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성취가 있는 법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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