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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想像力)

등록일 2012-12-04 21:43 게재일 2012-12-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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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석준 수필가

우리는 우리가 체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갈릴레오가 “지구는 돈다”는 학설을 발표했다가 머리가 돈 사람 취급을 받기까지 했던 것이다.

사람들에게 “내세를 믿는가”하고 질문을 던져보면 그런 것은 있을 수 없는 헛소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틀림없이 있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세를 믿는 사람은 내세를 믿지 않는 사람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란 공통점이 있다.

미국 성공동기(成功動機)연구소에서 봉급이 5만달러 이상 되는 사람과 미만인 사람과의 차이점에 대하여 조사한 일이 있다.

학력이나 근무시간 일하는 태도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단 한 가지 상상력의 문제로 나타났던 것이다. 수입이 많은 사람일수록 풍부한 상상력이 있다고 이 조사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본다. 우물 안 개구리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하늘의 직경이 1m 30cm구나”하고 생각한다.

망원경으로 보면 멀리 있는 물체도 가까이 보이지만 같은 망원경이라도 반대쪽으로 들여다보면 가까운 것도 멀리 보이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지 않은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설령 존재한다 해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중동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 눈 이야기를 해도 실감나게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눈이 희다고 하면 당신의 얼굴처럼 희냐고 묻는다. 눈은 차가운 것이라고 하면 차가운 것이 어떤 것이냐고 되묻는다. 뜨거운 것의 반대라고 하면 알았다는 듯이 얼굴에 물을 바르고 부채질을 하면서 “이 정도의 온도가 되겠군?”하면서 끄덕이는 것이다. 이쯤 되면 말이 통할 리가 없다.

60년대 중반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인데, 여름 방학이 끝나고 첫 번째 지리시간 이었다. 선생님이 방학 때 미국을 다녀왔다면서 “글쎄 미국에 갔더니 텔레비전 버턴을 눌러서 화면을 바꾸지 않고도 자리에 앉은 채로 성냥갑 같은 것을 꾹꾹 누르니까 화면이 바뀌어 지더군”

이 말을 들은 우리는 선생님이 허풍을 떠는 줄 알고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런데 80년대에 들어와 우리나라에도 컬러텔레비젼이 나왔고, 리모트 콘트롤(리모콘) 이라는 것이 선을 보였다. 조그만 갑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바뀌고, 소리도 키울 수 있고 줄일 수도 있는 것이다.

몇 년 전에는 음성인식 텔레비전이 등장했는데 “켜져라”하면 켜지고 “꺼져라”하면 저절로 꺼지고, 내가 원하는 방송을 부르면 그쪽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것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 설명한다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서울에 있는 어느 금은방에 도둑이 들어 금은보석을 쓸어 담다가 현장에 있는 순경에게 붙잡혀 갔다.

“내가 그 자리에 있는데도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느냐”

“제 눈에는 보석만 보였지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일면적인 사고방식의 약점을 보게 된다. “내세가 어디 있어? 있으면 내 앞에 나타나 보라고. 그러면 내가 믿어주지”

나라는 존재는 우주적인 눈으로 보면 모래알만도 못한 존재인데 스스로는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돈 몇 푼 소매치기 당하고는 속이 쓰려 하지만 자기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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