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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페스토, 그 `셋`과 `넷`의 차이

등록일 2012-11-29 21:11 게재일 2012-11-2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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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순경주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임
요즘 네 살짜리 아이가 한창 숫자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 둘, 셋….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아무리 `셋` 다음이 `넷`이라고 알려주어도 항상 `셋`을 세고 난 뒤에는 고민 끝에 `여섯`을 외치고, 그 뒤는 벼락같이 열을 세어 버린다. 그리고는 `엄마, 나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그래…. 셋 다음에 넷이든 여섯이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니가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이 들어 그만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셋` 다음이 `넷`이라는 규칙을 스스로 터득하는 날이 오겠지.

오는 12월19일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최근 언론에는 대통령 예비후보자들의 모든 행보가 보도되고, 무슨 모임이든 모였다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젯거리는 단연 대통령선거이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이 다른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보다 평균 10% 이상을 웃도는 것만 보아도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그 선거에 대한 관심이 후보자가 펼칠 정책에 대한 진정한 관심보다는 후보자 개인사나 측근의 비리 등의 가십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12월에 18대 대통령을 뽑는다. 비록 18대까지 오는 동안 많은 선택의 역사를 겪어왔지만, 아직도 우리는 아직도 `셋` 다음이 `넷`이라는 아주 당연한 규칙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선거에 대한 일차적 관심이 `하나`라면, 우리나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둘`이고,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셋`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후보자에 대한 관심,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어야 할까? 당연히 후보자가 펼칠 정책에 대한 검증이 `넷`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선거를 대하는 자세는 `셋`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후보자에 대한 관상학적 풀이에 재밌어 하고, 후보자의 과거행적을 뒤지는데 열을 올리며, 또 그런 구태를 싫어한다고 하면서도 그 가십을 즐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최고 권력인 대통령, 그 권력을 뽑는 대통령선거, 그리고 그 선거의 주인인 국민, 바로 우리는, 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의 단계를 뛰어넘어 그 후보자가 펼칠 정책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하고, 그 정책이 실현되었을 때 우리 국민이 직접적으로 받을 혜택과 우리나라 미래의 모습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는 이성적 고뇌의 시간인 `넷`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

후보자의 공약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하고, 당선이 된 후에 그 후보자가 그 공약을 어떻게 지키는지 감시하고 평가하는 것, 그것이 바로 `넷`의 단계이며 `매니페스토`이다. `셋`과 `넷`의 차이가 `매니페스토`라는 다소 낯설고 어려운 이름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이미 우리가 모두 알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는 부분일 것이다.

네 살짜리 아이의 숫자공부가 `하나`부터 시작해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를 거쳐 `열`에 이르듯, 우리도 수많은 선거를 거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경험으로 `셋`의 단계에 올라왔다. 이제 우리는 그 시행착오를 단단히 밟고 서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다 같이 `넷`의 단계로 뛰어올라 그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그 다음 `다섯`과 `여섯`의 발판이 `넷(매니페스토)`임을…. 그것을 마련해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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