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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 `안동 양반도시를 흔들다`

등록일 2012-11-28 21:44 게재일 2012-11-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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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두 안동문화사진연구소장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익히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누드퍼포먼스도 하나의 예술장르로 자리매김시켜 표현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 될 것 같다.

문화란 보고 즐기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참여 속에서 전통과 새로움을 비교하고 즐길 때 창조적인 신문화가 탄생하리라 믿고 싶다.

흔히 나체를 누드라 칭한다. 그렇다고 마냥 벌거벗은 모든 사람을 누드라고 하지는 않는다. 대체로 거기에 일정한 형식이나 예술적 느낌이 있는 창의적인 관념이 곁들인 것이 누드의 진정한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목적이나 의미가 나체에 담겨 있어야 누드가 된다는 뜻이다. 결국 나체가 단지 발가벗겨진(naked) 몸이라면, 누드(nude)는 일정한 형식과 의미를 담고 있는 창의적인 몸을 말한다. 회화나 조각 등에서는 생명력의 상징이나 감성, 그리고 성격을 벗은 육체의 양감과 피부의 색감을 이용해 표현한다. 사진예술에서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누드 사진을 찍는데, 르네상스 이전부터도 행해왔으나 본격적인 시도는 르네상스시대로 보는 것이 대세다. 현대에는 전위예술이라 해서 행위예술로 표현되기도 한다.

안동 문화예술의전당에서 매월 초에 이뤄지는 행사가 있다. 문화 활동을 하는 시, 서, 화, 조각, 행위예술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초대전을 열고 있다.

최근 초대전 오픈식에서 색다른 행위예술이 벌어졌다. 안동출신 행위예술가 이혁발씨와 한국누드모델협회의 하영은회장이 안동에서 대반란(?)을 일으킨 것이다.`소통, 불소통 역지사지`로 문명화된 사회에서의 사회구성원인 사람들의 소통과 불소통에 관한 퍼포먼스였다. 시작 전부터 1백여명의 남녀 관람객의 웅성거림 속에 터져 나오는 말은 “과연 안동에서 이런 것을 해도 되나?”였다.

내용은 남녀가 사랑을 하고 있는 이미지와 히틀러를 등장시킨 힘찬 이미지가 교차하며 흐르는 빛바랜 영상이 비춰지는 가운데, 퍼포먼스의 주연인 남녀가 힘을 과시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뽐내며 알몸을 드러내는 것을 시작으로 이내 대화와 소통이 안 되는 듯, 괴로운 장면이 지나면서 지속적인 소통과 불소통을 보여준다. 외면적인 문제 때문인지 서로가 다른 옷을 입고 소통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불통으로 마무리하고 관중과 소통을 시도해 봄으로 대화의 단절,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줄거리는 정리가 됐지만 누드퍼포먼스라는 점에서 양반의 도시, 안동 관중의 시각이 궁금해 관람자들의 표정을 살펴봤다. 소수의 관객은 박수로 화답하고 있었지만 미리 자리를 피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았다. 다수의 관중이 박수대신 침묵을 지켰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갔음에 틀림없어 보였다.

고사성어 중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혀서 새것을 안다`는 것으로 옛것을 익힘으로써 그것을 통해 새로운 지식과 도리를 발견하게 된다는 뜻이다. 양반의 도시 안동에는 시대를 총망라한 유구한 역사문화와 유불선의 다양한 종교문화가 산재하고 있다. 당연히 전통문화를 익히고 보전하는 것은 소중하겠지만 이 같은 누드퍼포먼스도 하나의 예술장르로 자리매김시켜 표현방법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 될 것 같다.

문화란 보고 즐기고 참여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 참여 속에서 전통과 새로움을 비교하고 즐길 때 창조적인 신문화가 탄생하리라 믿고 싶다. 이번 누드퍼포먼스를 통해 지역 문화발전의 시금석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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