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럼처럼` 문학과지성사 펴냄 최규승 지음, 162쪽
최규승의 두번째 시집 `처럼처럼`이 출간됐다.
2000년 계간 `서정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한 후, 2006년 첫 시집 `무중력 스웨터`가 나온 다음 다시 6년 만이다.
여기와 저기, 남자와 여자, 시인과 대상처럼 대칭되는 지점에 놓인 존재들이 서로 몸을 섞으며 배치를 바꾸는 최규승 특유의 시 쓰기는 `처럼처럼`에 이르러 더욱 조밀해졌다. 이 시집에서 최규승은 대칭과 순환을 통해 일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언어와 의미, 언어와 언어의 `사이`를 짚어내며 시의 프랙털을 자아내고 있다.
최규승은 시에서 대칭 구도를 자주 이용한다. 통념과 달리 오른쪽부터 읽게 씌어진 `이상한상이`에서, 의미가 도출되는 방향으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과 익숙한 왼쪽(보이지 않는 축)부터 읽어야 한다는 관성이 충돌하면서 독자는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최규승이 주목하는 것은 이런 충돌에서 벌어지는 틈, 언어의 `사이`다.
“다본라바 미러끄물 를나 은인시 의속울거이없 도임직움 히용조 도무너
다진만 를귀 은인시 속울거”
―`이상한상이`부분
최규승의 퍼즐은 난해하지만 아예 풀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표제시인 `처럼처럼`에서는 힌트를 슬쩍 내주며 “언어와 대상, 언어와 실재 사이의 거리를 감추기보다는 그것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첫 연에서 “마치 사실인 듯/피처럼 붉은 물을 뚝뚝 흘리며/온몸에 전구 같은 심장을 수없이” 달고 “기계처럼, 쇳소리 같은, 소리를 내”는 “냉정한 여자인 듯”했던 “그녀”는, 마지막 연에서 덕지덕지 붙은 연결어들을 떼내 “상징도 리얼리티도 진정성도 내러티브도/모두 잘려나간 퍼즐”(`안개도시국제카페`) 답게 정돈된다.
힌트는 두번째, 세번째 연에 있다. “처럼” “같은” “인 듯”이 의미 포착을 돕기보다 오히려 실재에 끝내 다가가지 못하고 맴돌게 했음을 보여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