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정이 구조… 수백만원 현금도 소지, 보호자와 홀연히 사라져
행려자로 추정되는 대구의 한 80대 할머니가 포항에 나타나 투신자살을 시도한 뒤 뒤늦게 나타난 딸과 함께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8일 포항북부경찰서와 동해어업관리단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께 포항시 북구 동빈큰다리 20m 지점에서 투신한 80대 박모 할머니가 때마침 인근에서 포항항 지도·단속을 마치고 단속정으로 돌아가던 무궁화1호 근무자 등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바다에 빠져 있던 박 할머니를 발견한 무궁화1호 등은 단속정으로 신속히 접근해 부두로 구조한 뒤 10시15분께 포항북부소방서 119구조대에 인계했다.
현장을 목격한 진양호 원성출 선장은 “구조 당시 할머니는 수백만원 상당의 현금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족도 자식도 없다`고 했다”며 “마치 치매에 걸린 사람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큰 부상이 없었던 박 할머니는 선린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이후 “병원에서 나가겠다”는 말 외에는 입을 굳게 닫자 할머니가 자해할 것을 우려한 경찰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5개의 전화번호에 잇달아 전화를 걸었다.
큰딸, 작은딸이라고 저장된 전화번호와 처음에는 통화 연결이 되지 않았지만 마침내 한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은 여성은 “할머니의 지인이다”고 말했고, 경찰은 “자살을 시도할 우려가 있으니 모셔가라”고 답했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출발한다고 말한 여성은 오후 2시께 도착해 할머니를 모시고 사라졌다.
선린병원 관계자는 “치매가 있는 환자는 아니었다”며 “처음에는 지인이라고 말했지만 병원에 와서는 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목격한 응급실의 한 환자보호자는 “할머니가 처음 입원했을 때는 무연고 행려노인으로 판단돼 모두 안타까워 했다”면서 “다행히 보호자가 나타나긴 했지만 세상에 흉흉한 일이 하도 많다보니 무슨 사연으로 그런 위험천만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경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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