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비행안전구역으로 설정된 남구 대송면 일대<br>대낮인데도 거리 `한산` 건물 외벽 곳곳 금가고 상가건물 간판 녹 슬어
“작은 건물 하나를 지을 때도 군부대의 간섭이 이리 심하니 동네가 발전할 수가 없지요. 군부대가 떠나지 않는 이상 이곳은 영원히 황무지로 남을 것입니다.”
30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대.
벌건 대낮인데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 안전복을 입은 외국인근로자 몇몇 만이 거리를 거닐었다.
음식점, 슈퍼 등 상가건물은 간판에 녹이 슬고 건물 외벽 곳곳에 금이 가는 등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주택가에 들어서니 여느 동네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5층 이상의 고층빌라 대신 2층 이하의 저층주택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민 정모(65)씨는 “이 마을에 산지 40년이 넘었는데 40년 전과 지금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며 “가뜩이나 마을 근처에 철강공단이 있어서 주거지역으로 여건이 좋지 못한 데 최근에는 비행안전구역이니 뭐니 해서 제한을 걸어버리니 새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도 보기 힘들다”고 탄식했다.
정씨의 말처럼 이곳 일대는 해군 포항기지의 비행안전구역 제2구역으로 포함된 곳으로 이곳에 30평(99.2㎡)이상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관할군부대인 해군6전단과의 협의절차를 통한 허가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관할지자체의 허가만 거치면 건물 신축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관할지자체로 신청 후 관할지자체가 관할군부대에 협의요청을 하고, 관할군부대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엄격한 심의기준(고도제한 초과여부, 비행 안전영향 및 군 비행작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심의과정을 거친 후 그 결과를 관할지자체로 통보할 경우 건축이 가능하다.
이처럼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보니 일반적으로 허가가 완료되는 데 필요한 기간(3~4일)보다 훨씬 오랜 기간(20일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곳에 건물 신축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허가기간이 늘어져 착공을 늦추면서 여름철 장마기간과 겹쳐 낭패를 보거나 겨울철 혹한기에 걸려 공사가 연기되기 일쑤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에서 신축 허가를 받으려면 20일이 넘게 걸려 건축사들이 계약을 꺼려한다”며 “기초공사를 위해서는 건축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허가가 오래 걸리면 이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해 재산상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이 지역이 비행안전구역으로 설정돼 있는 이상 토지를 소유하고 있더라도 활용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는 포항공항 활주로 확장에 따른 피해보상이 예정돼 있는 남구 동해면의 사정보다 더욱 좋지 않다.
주민 김모(54·여)씨는 “차라리 포항시나 해군에서 토지보상을 해주고 새로운 땅으로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다”며 “어차피 공항때문에 입는 피해는 비슷한 데 한 쪽만 챙겨주고 나머지 한 쪽은 내버리듯 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